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일정 나이의 직원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대법원이 정년연장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등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에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사안에 따라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법원은 정년연장형이냐 정년유지형이냐에 상관없이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로 제시한 네 가지 기준을 잣대로 고령자고용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 가지 기준은 △도입 목적의 타당성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대로 사용됐는지다. ‘도입 목적의 타당성’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임금 삭감’이나 ‘정리해고’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이익의 정도’는 논란이다. 예컨대 임금 삭감 폭이 몇% 이하여야 불이익이 심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법조계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소송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다.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도 논란거리다. 대법원은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 완화’를 예시로 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 완화가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감액 재원을 본래 목적대로 사용’은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재원을 청년 고용 확대에 써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무조건 기업이 이긴다’고 장담하는 건 아니다. 다만 판례에 비춰볼 때 위법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정년연장과 연계된 임금피크제는 법원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상태”라고 했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직원 정년을 60세로 올리는 대신 2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에 정년이 원래 60세였던 2급 이상 직원들이 소송을 냈지만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건보공단의 승소가 확정됐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