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아동복 시장은 해외명품 브랜드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하나뿐인 ‘금쪽같은 아이’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티셔츠 한 장에 수십만원을 호가해도 가슴팍에 명품 로고만 붙으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처럼 브랜드 가치를 앞세운 해외명품 브랜드가 거센 공습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아동복업계 1위 자리는 토종 업체 서양네트웍스가 지키고 있다. 눈에 보이는 브랜드 로고보단 보이지 않는 원단과 소재, 기능성 등 본질에 집중한 고집이 ‘충성 소비자’ 확보로 이어져 거둔 성과다.

“입혀 보면 다르다” 입소문

블루독과 밍크뮤, 래핑차일드 등 아동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서양네트웍스의 지난해 창사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2159억원. 전년(1758억원) 대비 22.8% 증가했다. 아동복 전문 브랜드 중 매출 기준 1위다.

박연 서양네트웍스 대표(58·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분위기가 좋았고, 호실적을 냈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올, 버버리, 겐조 등 해외 명품 브랜드가 국내 아동복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이 브랜드 경쟁으로 치달을수록 본질에 더 집중했다. 피부가 민감한 아이들이 입는 옷인 만큼 원단에 공을 들였다. 유해물질을 철저히 배제하고, 전문 소재업체와 협업해 향균, 방수 등 기능성 원단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진심을 다하자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서양네트웍스 제품은 입혀 보면 다르다”는 입소문이 났다. 박 대표는 “아이들에게 입히는 옷은 눈에만 보이는 브랜드 상표와 디자인만큼이나 소재와 기능성이 중요하다”며 “30년 넘게 소비자와 쌓아온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더더욱 기본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경영 전략은 패션업계에서 ‘진돗개 경영’으로 불린다. 오직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진돗개처럼 소비자만 바라보며 품질로만 승부해 붙은 애칭이다.

적당량만 생산해 제값 받고 팔아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1년여간 박 대표가 회사 경영 차원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재고 관리다. 재고가 많으면 필연적으로 할인 판매가 뒤따르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해서다.

박 대표는 “직원들의 머릿속에 무조건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겠다는 생각을 지웠다”며 “대신 질 좋은 제품을 적당량만 생산해 제값을 받고 판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재고가 줄고 상품 회전율이 높아지자, 신상품 출시 주기가 빨라지고 수익성은 좋아졌다. 서양네트웍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전년(16억원) 대비 일곱 배 이상 급증했다.

동남아 시장 적극 공략

박 대표의 올해 목표는 온라인 시장 공략과 해외 시장 진출이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로드숍 진출도 꺼리고, 백화점 입점 전략을 고수해왔지만 온라인 시장 공략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는 이미 일상이 됐다”며 “최근 새롭게 개편한 자사몰 ‘룩스루’를 중심으로 현재 10% 수준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몰 T몰 입점을 시작으로 올해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프리미엄 제품 선호가 높아지면서 아동복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했지만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국내 시장은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출산율이 높으면서도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박동휘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