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인사 평가 속 '내로남불' 수사·검찰 내부 분열 우려 목소리
특수통 '코드 인사'…"다음 인사에서는 다른 전공도 중용해야"
'尹직할' 논란 검찰, 살아있는 권력 수사 시험대
문재인 정부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가 내쳐진 검사들이 윤석열 정부 첫인사에서 대거 요직으로 복귀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수원지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계류된 검찰청 수장에 '윤석열 라인'들이 포진하면서 전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도 드러났듯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 체제'로 재편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없이 강조한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전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인물들을 가차 없이 쳐낸 인사 결과를 보면서 지난 5년간 극단으로 치달은 검찰 내부 분열과 갈등이 봉합되긴 요원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尹직할' 논란 검찰, 살아있는 권력 수사 시험대
◇ "윤심이 곧 한심이고 한심이 곧 검찰 마음"…내로남불 반복 우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장관이 취임 만 하루 만인 지난 18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윤석열 특수통 사단의 화려한 복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 수장이었던 윤 대통령을 보좌하며 '조국 수사' 등을 벌이다가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뿔뿔이 좌천된 이들이 핵심 수사 보직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법무부 장관-검찰'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정상화'라고도 표현한다.

전 정부에서 한직에 밀리며 고초를 겪었던 능력 있는 이들이 원래 가야 할 자리에 갔다는 시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새 검찰 지휘부가 야당이나 지난 정부에 대해선 거침없이 수사하되, 현 정부나 여당에 대해선 소극적인 수사를 하는 '내로남불'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간 "살아있는 권력 수사"와 "있는 죄를 덮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같은 입장을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얘기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윤심(尹心)이 곧 한심(韓心)이고 한심이 곧 검사들의 마음"이라며 "윤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를 하면 그 유탄이 자신에게 돌아올 텐데 내가 나를 수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尹직할' 논란 검찰, 살아있는 권력 수사 시험대
◇ "지휘부에 특수통만 포진…다음 인사 지켜봐야"
특수통이 중용된 반면 지난 정부에서 요직에 올랐던 이들이 대거 좌천되면서, 이번 인사가 이른바 '학살'로 불렸던 전 정부의 인사 행태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차적인 인사와 탕평 인사로 지난 정부에서 분열하고 상처 입은 조직을 추슬러야 했는데, 오히려 지난 정부때와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는 비판이다.

한 부장검사는 "누가 봐도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인사"라며 "전 정권과 싸우다가 좌천된 사람을 쭉쭉 넣으며 그 수사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한 인사"라고 말했다.

현직 A 지청장은 "충성도가 높으면 원칙이고 전례고 다 파괴하고 요직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는 비판도 내놨다.

매번 '홀대론'이 나온 형사부·공판부 등 비(非) 특수통 검사가 이번 인사에서 중용되지 못했다는 점도 과거의 반복이라는 지적이다.

A 지청장은 "지휘부에 특수통만 포진되면 형사사건 처리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게 되고 자꾸 정치적 사건에만 매몰된다"며 "형사·정책·기획 등 다른 부서에도 능력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향후 인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부는 전날 인사로 전체 46석인 법무부·검찰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자리 가운데 14자리를 새롭게 정했다.

나머지 대규모 인사는 신임 검찰총장 후보가 정해진 뒤 의견을 나누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