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동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 항전하다가 러시아군에 투항한 우크라이나군 포로 교환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영웅인 이들을 반드시 송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선 전쟁범죄자로 낙인찍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마리우폴에서의 ‘작전 임무’를 끝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이 지난달 21일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선포한 지 27일 만이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전하던 우크라이나군 950여 명은 이 발표를 전후해 러시아군에 항복했다. 18일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이후 부상자 80명을 포함해 총 959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항복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51명은 친러시아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의료시설로 이송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포로 교환 협상을 통해 이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을 ‘영웅’이라 칭하며 “어떻게든 고향으로 데려오겠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조우스탈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국제 규범에 따른 대우를 받는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강경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아조우스탈 수비군 가운데 ‘전쟁 범죄자’가 있다”며 “이들은 포로가 아니라 재판 대상”이라고 말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의원도 “이들에겐 사형집행 유보 방침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포로 송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러시아의 국가 부도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러시아가 미국 채권자에게 국채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하는 제재 유예 기한이 오는 25일 만료되면 미국 재무부가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내몰릴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 재무부·중앙은행 등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다만 채권 원리금과 주식 배당금 등은 5월 25일까지 받을 수 있도록 유예해줬다.

18일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는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 기구(채무 중개 기관)가 폐쇄되더라도 루블화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화 등 외화 표시 채권을 루블화로 지급하면 디폴트로 간주될 수 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외교관 85명을 추방 조치했다. 이들 국가가 지난달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