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용인하기로 했다. 단 군사기지 건설 등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국 영토를 침공한 러시아에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포기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시도 등 NATO의 동진(東進)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벌인 러시아지만, 결과적으로 NATO의 세력 확장을 도운 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핀란드·스웨덴 NATO 가입 상관없다"

“NATO가 다른 지역 안보까지 통제”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NATO 확장이 러시아에 어떤 직접적인 위협도 되지 않는다”며 “핀란드나 스웨덴의 NATO 가입도 문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고도 잊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NATO가 두 나라에 군사기지를 세우거나 군 장비를 배치하면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NATO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그는 “NATO가 순전히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는 점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며 “NATO가 다른 지역의 안보를 통제하고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앞서 스웨덴이 NATO 가입 신청을 공식화한 가운데 나왔다. 스웨덴 정부는 “우리가 NATO 회원국이 되기 전에는 안보가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NATO 가입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르면 이번 주말 NATO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가입 완료까지는 최대 1년이 걸릴 전망이다. 자국과 수십 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 두 나라의 NATO 가입에 반대해온 터키와의 협상이 관건이다.

NATO 회원국인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NATO 가입 발표를 환영했다. 요나스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두 나라가 NATO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 전 침공을 받으면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주재 핀란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직원 2명을 추방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핀란드가 지난달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으나, 핀란드의 NATO 가입 신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NATO는 16일부터 러시아 국경이 인접한 발트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정식 회원국이 아닌 스웨덴과 핀란드도 파트너 국가 신분으로 참여했다. 이번 훈련은 1991년 이후 발트해 지역에서 열린 NATO 훈련 중 가장 큰 규모라고 B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군사작전 종료”

이날 우크라이나 작전 참모부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의 군사작전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마리우폴 방어를 포기하겠다는 백기 선언이다.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우크라이나의 36해병여단과 아조우 연대가 러시아군을 상대로 결사 항전을 벌여왔다.

우크라이나군의 이 같은 선언은 아조우스탈을 지키던 장병 264명이 러시아군 통제 지역인 친러 정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의료시설로 이송된 뒤에 나왔다. 마리우폴은 동부 돈바스 지역과 함께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타깃이 됐다.

한편 이날 유로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5년 만의 최고치인 66.05를 기록했다. 달러당 루블화 역시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62루블대로 치솟은 뒤 64루블로 거래를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서방권의 각종 제재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러시아 당국의 인위적인 자본 통제가 루블화를 ‘가장 가치있는 화폐’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