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망친 골드만삭스 "Fed가 랠리 싫어해"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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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투자자 불안을 부추기는 일들이 줄줄이 발생했습니다.
① 골드만삭스의 미국 경제 전망치 하향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2022년 2.4%, 2023년 1.6% 성장할 것이라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기존엔 올해 2.6%, 내년 2.2%의 성장률을 예상했었습니다. Fed의 통화정책 긴축과 그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반영한 것입니다.
또 올해 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4300으로 낮췄습니다. 높아진 금리와 경제 성장 둔화 탓입니다. 원래 2022년 말 S&P 지수 목표치는 5100이었습니다. 이를 지난 2월 중순 4900으로, 3월 중순 4700으로 낮추더니 4300까지 떨어뜨린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새 예측은 경기 침체가 없다고 가정하고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이 현 수준인 17배에서 연말 마감한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단기적으로 향후 3개월간 지수는 4000수준에 머물다가 올해 후반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경제 성장의 위축은 주가에 반영되었다. 우리의 기본 사례인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최악의 하락은 이미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주가가 훨씬 높아지면 금융여건은 완화될 것이고 이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려는 Fed의 목표와 어긋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전날 CBS 'Face the nation'에 출연해 경기 침체에 대해 "매우, 매우 높은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가 큰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면 심각하게 준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랭크페인은 “(침체를 피할) 길이 있지만, 그것은 좁은 길"이라며 "통화정책을 미세하게 잘 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중국 봉쇄, 공급망 혼란 등은 사라지겠지만 에너지 가격 등 일부 인플레이션 요인은 좀 더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CNBC 인터뷰에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1970년대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연준이 (인플레에 대한) 대응을 미룬 것은 실수였다"라며 "인플레이션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은 건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⑤ 중국의 봉쇄 충격, 예상보다 컸다
중국의 4월 경제 지표는 2020년 우한 사태 초기 이후 최악으로 나왔습니다. 4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1.1% 감소(예상 5.4% 감소)했고 4월 산업생산도 2.9% 감소해 예상치(1% 증가)를 대폭 밑돌았습니다. 실업률은 3월 5.8%에서 6.1%로 치솟았습니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한 영향이 컸습니다. 씨티는 "코로나 봉쇄의 경제적 영향이 예상보다 더 큰 것으로 판명되었다. 영향은 6월과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2분기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4.7%에서 1.7%, 2022년 성장률은 5.1%에서 4.2%로 하향 조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4월 데이터는 예상보다 나빴고 고정자산 투자(+6.8%)만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라며 "이를 고려할 때 2분기 중국 경제는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상하이시가 내달 1일부터 정상적인 생산·생활 질서를 완전히 회복하겠다고 발표한 점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 19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췄습니다. 지난 2월 전망치인 4%보다 1.3%포인트 떨어뜨린 것입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입니다. 집행위는 "러시아의 침공은 EU가 팬데믹과 같은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⑦ 뉴욕 제조업 위축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5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1.6으로 떨어졌습니다. 전월(24.6)보다 급락한 것입니다. 예상치 16.5도 큰 폭 하회했습니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합니다. 지난 3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위축된 것입니다. 뉴욕연은은 신규 주문, 배송 등이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둔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현재와 미래 가격 압력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높다. 지난 4월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던 향후 6개월 경영환경 전망은 느린 경제 성장세와 부합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35%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S&P500 지수 목표치로 4300을 제시했지만, "만약 (기본 사례가 아닌)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면 P/E가 15배까지 떨어지면서 지수가 지금보다 11% 하락한 36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침체 가능성을 40%로 높였습니다. 이는 100분위로 따지면 침체 위험이 85분위로 높은 것입니다. UBS는 이렇게 침체 가능성이 80분위 이상으로 높을 때는 향후 12개월 수익률이 두 가지로 극명하게 갈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침체가 발생했을 때는 S&P500 지수는 9% 추가 하락하지만, 침체가 생기지 않으면 12%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UBS 모두 올해 초까지 월가에서 가장 증시를 좋게 보는 금융사였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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