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수백 그루·벚나무 수십 그루…수종교체로 '싹둑'
"캠핑장 조성 예정지 또는 가로수 없는 구간에 이식했어야"
멀쩡한 가로수 베어낸 태백시…시민들 "차라리 옮겨심지"
강원 태백시가 자작나무 수백 그루와 벚나무 수십 그루를 베어버렸다는 소식에 12일 시민 A 씨는 "고원 힐링 캠핑장에 옮겨 심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태백시는 철암동 일대에 총사업비 7억6천여만 원을 투입해 총넓이 3만9천㎡ 규모의 공원 힐링 캠핑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캠핑장 조성 예정지는 축구장 넓이의 5배가 넘지만, 나무 한 그루 없는 밭이다.

멀쩡한 가로수 베어낸 태백시…시민들 "차라리 옮겨심지"
캠핑 마니아인 A 씨는 "캠핑장 조건 중 하나가 울창한 나무숲"이라며 "고원 힐링 캠핑장 조성지에 자작나무를 이식했으며 전국 최고의 자작나무 캠핑장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태백시는 가로수 수종교체사업으로 지난 4월 자작나무 241그루를 베어낸 데 이어 곧 43그루를 추가로 베어낼 계획이다.

자작나무가 태풍 등 자연재해에 약한데다 염화칼슘 살포 등 도로 제설작업으로 말미암아 고사율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도심 가로수인 수령 20여 년의 벚나무도 60그루나 잘라냈다.

벚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오는 6월 말까지 이팝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멀쩡한 가로수 베어낸 태백시…시민들 "차라리 옮겨심지"
멀쩡한 가로수 베어낸 태백시…시민들 "차라리 옮겨심지"
한 시민은 태백시청 홈페이지 시민 게시판에 "차라리 다른 곳에 옮겨 심었다면 이렇게까지 화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벚나무를 다 잘라버린 이유를 물었다.

현재 태백시 가로수 6천 그루 중에서 가장 많은 나무가 벚나무다.

이에 태백시는 "생육 저하, 열매로 말미암은 오염, 보도 폭 협소 등 지속해서 제기된 문제를 해소하고 쾌적한 도시 녹지 조성을 위해 일부 구간의 가로수 정비사업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육 상태, 현장 여건 등으로 이식작업이 어려운데다 벚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수종 특성상 대부분 고사해 제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멀쩡한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가로수 없는 다른 곳에 옮겨 심어야 한다' 등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태백시 도로 총연장 322㎞에서 가로수 구간은 16%인 51㎞에 불과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