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이·사랑이 부부, 올해 알 2개 낳아…재작년에는 부화 실패
날개 다친 아내 곁 지킨 사연 '애틋'…국내 최초 자연부화 성공 기대
'이역만리'도 막지 못한 재두루미 부부의 사랑…올해는 결실할까
1천㎞가 넘는 거리를 뛰어넘은 애틋한 사랑으로 유명한 재두루미 부부 '철원이'와 '사랑이'가 올해도 강원 철원군에서 산란 소식을 알려 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1일 철원군에 따르면 이틀 전 동송읍 양지리 DMZ두루미평화타운 내 두루미 쉼터에서 엎드려있는 사랑이(암컷)를 관찰한 결과 방사장 중앙 풀밭에 알 2개를 낳은 것을 확인했다.

재두루미는 알을 낳기 전 둥지를 만들고 구애춤을 추며 짝짓기를 하는데 이런 활동이 전혀 없던 터라 더욱 뜻밖의 소식이다.

이들 부부의 사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재두루미 암컷 한 마리가 날개가 심하게 부러진채 구조됐다.

2018년에는 다리와 부리에 동상을 입은 수컷 재두루미가 구조됐다.

암컷은 오른쪽 날개에 3곳의 복합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낫지 못해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없게 됐다.

쉼터로 옮겨진 이들은 2019년 겨울 부부의 연을 맺었고 암컷은 이듬해 4월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2개의 알을 낳았다.

이들 부부는 번갈아 가며 알을 품으며 부화를 기다렸지만 결국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이역만리'도 막지 못한 재두루미 부부의 사랑…올해는 결실할까
철원군은 수컷과 암컷에게 각 '철원이'와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철원이는 아내에게 함께 가자는 듯 날갯짓했지만 사랑이는 이에 화답해 날아오를 수 없었다.

결국 철원이는 그해 6월 혼자 날아 가버렸다.

사람들은 재두루미 부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라 생각했지만, 5개월 뒤 철원이는 제 짝을 잊지 않고 다시 쉼터로 돌아왔다.

수컷의 등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 기록을 열어보니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1천㎞ 넘게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아내에게 돌아온 것이다.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재작년 겨울부터 철원이는 북상하지 않고 아내 곁에 머물고 있다"며 "이들이 무사히 알을 품어 내달 예쁜 2세가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끼가 무사히 태어난다면 국내에서 최초로 자연부화에 성공한 재두루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역만리'도 막지 못한 재두루미 부부의 사랑…올해는 결실할까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Ⅱ급 동물인 재두루미는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원군은 국제두루미센터 내에 이들 재두루미 부부가 2020년 낳은 알과 마련한 둥지를 박제로 만들고 애틋한 사연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제작해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