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도 도발적·일방적 묘사"…다민족 국가서 갈등 유발 '사전 차단'
싱가포르, 카슈미르 다룬 인도영화 금지 "공동체간 적대감 유발"
싱가포르가 인도와 파키스탄이 첨예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을 다룬 인도산 영화의 자국 내 상영을 금지했다.

로이터·AFP 통신은 10일 싱가포르 당국이 인도 영화 '더 카슈미르 파일스'(The Kashmir Files)의 상영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는 1989∼1990년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에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 분리주의 반군들을 피해 도망치는 이야기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힌두교 민족주의자들이 칭찬을 받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영화가 제대로 된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데다, 반무슬림 정서를 부채질한다고 비판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날 언론의 요청에 "해당 영화는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도발적이고도 일방적인 묘사와, 카슈미르 지역 충돌에서 힌두교도들이 박해당하고 있다는 묘사 때문에 등급분류가 거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등급분류가 이뤄져야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만큼, 싱가포르 내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영화 내) 이러한 묘사는 다민족·다종교인 우리 사회에서 다른 공동체 사이에 적대감을 유발하고 사회적 결합 및 종교적 조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유권 분쟁은 두 나라가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부터 계속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이 지역의 완전한 영유권을 주장했으며 결국 전쟁 끝에 분할해 통치하고 있다.

특히 인도령 카슈미르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주민 과반이 이슬람교도인 지역으로, 1989년부터 독립이나 파키스탄으로 편입을 주장하는 10여개 분리주의 반군 단체가 무장 투쟁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7만여 명이 사망했다.

싱가포르는 인구 약 550만 명 중 중국인과 말레이인, 인도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다민족·다종교 사회라는 특성 때문에 싱가포르는 민족 간 갈등이나 종교적 조화를 해치는 행위는 법률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