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친여 vs 보수 시위대 갈등 고조…"양극단 치닫는 사회 우려"
대형크레인·5t 트럭…새정부 출범 앞두고 극단 치닫는 집회
이달 3일 오후 6시께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 앞. 건설 현장에서나 쓰일 법한 거대한 이동식 크레인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연달아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친여 단체 '밭갈이운동본부' 측과 보수 유튜버의 맞불집회 현장에 동원된 장비들이다.

유튜버는 크레인 2대에 초대형 우퍼 스피커를 매달아 음량을 최대한 키운 뒤 밭갈이운동본부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같은 시각 민주당사 앞에선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자들인 '개딸'(20대 대선에서 이 고문을 지지했던 2030 여성들)들이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민주당은 할 수 있다", "검찰 정상화 완수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손피켓을 흔들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모두 통과한 날을 기념하듯 경쾌한 음악에 맞춰 인형탈을 쓰고 춤 추는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집회처럼 최근 여의도는 대선 이후 최근 한 달간 민주당 및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자들의 집회와 이들을 따라다니는 반대측 유튜버의 맞불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두 단체 간 갈등은 지난달 국회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을 거치며 더욱 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대선 이후 탄생한 이 상임고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회원들은 4월 중순께부터 밭갈이운동본부 등과 민주당에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을 요구하며 당사 앞 촛불집회를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수시로 열었다.

이에 보수 유튜버들은 이들의 집회를 방해하는 방식의 맞불집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달 3일에는 밭갈이운동본부 측이 보수 유튜버들의 민주당사 인근 진입을 막기 위해 골목 곳곳에 5t짜리 트럭 여러 대를 세워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에 보수 유튜버 측은 이 상임고문의 부인 김혜경 씨와 조카 사이 통화로 추정되는 녹취파일, 개 짖는 소리 등을 허공에 매달린 스피커로 재생하며 민주당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대형크레인·5t 트럭…새정부 출범 앞두고 극단 치닫는 집회
일대 집회·시위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비과는 두 단체 모두 허용되는 최고소음도를 넘었다고 보고 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단체들에 대한 채증 자료를 토대로 수사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와 그에 대한 맞불집회가 근 한달간 지속되면서 인근 시민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도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인근 상인들은 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있는 한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직원은 "원래 집회가 자주 있는 지역이긴 하지만 최근 시위에서 나오는 소음은 정말 못 참을 정도다.

그렇다고 창문을 닫으면 손님도 안 온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초박빙이었던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시민사회에선 '국민 대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검수완박' 국면에서 여야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등 정치권이 좀처럼 통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동안 정치 세력 간의 갈등이 시민사회로도 옮겨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사회 운동이 진영대결에 열을 올리면서 지켜야 할 선을 넘는 행동들이 나타나고 정치가 그것을 부추기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양극단으로 치닫는 사회가 대한민국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민사회 차원에서 성찰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