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김병언 기자
다음달 1일 치러지는 강원지사 선거에선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못지않게 지명도 높은 정치인들이 맞붙는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다. 한때 한국을 이끈 정치 세력인 ‘친노(친노무현)’와 ‘친박(친박근혜)’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정치적 색깔 차이만큼이나 정책 비전부터 최문순 현 지사의 강원도정 평가까지 두 후보 간 시각차가 컸다. 현재 판세는 김 후보가 다소 앞서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에 따르면 김 후보가 41.8%, 이 후보가 36.1% 지지율을 나타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사진)는 6·1 지방선거 본선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길을 걸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친박’을 넘어 ‘진박(眞朴)’으로 불리며 재선에 성공했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진박이란 꼬리표는 되레 독이 됐다.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정치 야인(野人)’으로 2년을 보냈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 선정 과정에선 ‘공천배제(컷오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단식 농성까지 벌인 끝에 경선 기회를 얻어 정치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김 후보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강원지사 자리는 반드시 뺏어와야 한다”며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를) 15%포인트 격차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5~8%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지금 여론조사 결과는 안 믿는다. 이기고 있지만 더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춘천, 원주, 강릉시장 후보가 결정되고 전열이 갖춰지면 (지지율은) 그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며 “강원도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 심리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15%포인트 더 높다”고 덧붙였다.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으로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꼽았다. 그는 “유럽 알프스에는 케이블카가 2900개나 된다고 하는데 설악산은 한 개뿐”이라며 “오색케이블카뿐 아니라 케이블카를 하나 더 설치하는 안을 공약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업 유치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강원도는 공기가 깨끗하고, 물도 상수원 구역이니까 개발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있는데, 그것이 도민들에게는 희망 고문이었다”며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시대에 큰 기업을 유치해 신산업으로 강원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원주에 유치하고 춘천에는 데이터센터를 많이 유치해서 ‘데이터 수도’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12년간 도정을 이끈 최문순 강원지사에 대해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우리는 (최 지사를) ‘네네’ 지사라고 한다”며 “안 해야 할 것도 ‘네네’ 하니까 나중에 돌아온 성적표는 처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이나타운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유치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뛰어난 입지 조건을 갖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헐값에 매각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광재 후보를 향해서는 “선거에서 뽑아줬는데 중도 사퇴만 세 번째”라며 “직을 끝까지 한 적이 없어 좋은 공약이 있어도 지킬 시간 자체가 부족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안정적인 도정을 위해 ‘강성 정치인’ 이미지에서도 벗어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지사는)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진영 논리를 갖고 접근하면 안 된다”며 “도를 위한 일이라면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고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길성/노경목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