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30] 광역단체장 판세(충청권)

대전, 현직 시장·전 국회의원 양자 대결
충남, 4선 의원 출신 현직 도지사에 윤심 업은 3선 의원 도전
충북, 신구 권력 대결…문 정부 노영민 vs 윤 특별고문 김영환
세종, 윤 당선인 행정수도 완성 공약 효과 얼마나 될지 주목

전통적 '스윙보터'로 평가받는 충청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초반 판세를 점치기 어려운 양상을 보인다.

4년 전 광역단체장을 석권한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신중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기를 이어가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지방 권력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 대전

재선에 도전하는 허태정(민주) 시장과 재선 경력 이장우(국힘) 전 국회의원 간 대결로 압축된다.

대선 결과가 어떻게 작용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 허 시장이 승리하면 8년을 연임하는 첫 민선 대전시장이 된다.

허 시장은 혁신도시 지정과 대전의료원 건립 등 성과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재선을 확신하지만, 그러려면 대선 때 돌아선 민심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돼온 서·유성구에서마저 대선 때 국민의힘에 밀린 점은 불안한 대목이다.

19∼20대 국회의원으로 내리 당선됐으나 21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 전 의원은 재기를 노린다.

국민의힘은 대선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자신하지만, 공천 과정 때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일 지역구 세 번 낙선자 공천 배제' 룰 때문에 유력 후보였던 박성효 전 시장의 출마가 무산되자 일부 박 전 시장 지지자 마음에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충남

재선을 노리는 양승조 지사에게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태흠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대선 여진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관건인데, 대선 때 충남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51.08%를 얻어 44.96%의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6.12%포인트 차로 제쳤다.

4년 전 양 지사(62.6% 득표)가 당시 자유한국당 이인제(35.1% 득표) 후보에게 압승하게 했던 표심이 그새 많이 변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양 지사는 작년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에 나섰다가 본경선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 충청권 대표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 후보는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천안·아산이 아닌 보령 출신이라는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양 지사는 천안에서 17∼20대 총선을 내리 승리한 바 있다.

김 후보는 윤 당선인 후광을 배경으로 '힘센 리더십'을 내세운다.

양 지사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리더십'과 재임 중 성과를 앞세워 표심을 파고든다.

◇ 충북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노영민 전 국회의원과 윤석열 당선인 특별고문인 김영환 전 국회의원이 신구 권력 간 대결을 벌이는 그림이다.

노 전 실장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려온 청주 흥덕에서 3선(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에서 주중 특명전권대사와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경기 안산에서 민주당 계열로 국회의원을 4선(15·16·18·19대)했고, 김대중 정부 때에는 과학기술부 장관도 지냈다.

여야 중량급 인사가 맞붙은 가운데 양측 모두 "우리가 조금 뒤진다고 보고 신발 끈을 더 조여 매고 있다"며 낮은 자세를 보인다.

노 전 실장은 매월 70만원 양육수당 지급, 전 도민 일상회복 지원금 10만원 지급, 권역별 첨단기업 유치, 충북관광공사 설립, 충북내륙고속화도로·수도권내륙선 조기 완공 등을 공약했다.

김 전 의원은 의료비 후불제 시행,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송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 충북 레이크파크 조성, 남부권 식품산업클러스터 육성, 공공와이파이 구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 세종

윤석열 당선인의 '행정수도 완성' 공약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가 관건이란 시각이 있다.

세종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도시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왔다.

지난 대선 때 세종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7.77%P가량 앞섰으나, 이는 그전에 있었던 선거들과 견주면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많이 감소한 것이다.

더구나 윤 당선인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등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제시하고 강한 추진 의지를 내비치면서 표심이 적지 않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와 주목된다.

민주당에서는 이춘희 현 시장이 3선에 도전한다.

이 시장은 지난 2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세종시장 후보 선정을 위한 경선 결선에서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을 꺾고 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제5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최민호 예비후보가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한 뒤 표밭을 누비고 있다.

(조성민 이은파 박재천 양영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