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멘솔(박하향) 담배와 가향 담배(향을 첨가한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담배회사들의 반발이 거세 규제안이 연착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FDA는 멘솔 담배와 가향 담배 판매 금지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판매 금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지 1년 만에 규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멘솔 담배 등의 판매가 금지되더라도 개인 소비자가 소유하거나 흡연하는 행위 자체까지 규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FDA 관계자는 “멘솔은 특유의 향 때문에 담배에 첨가하면 자극과 저항감을 줄여 흡연을 부추길 수 있다”며 “특히 미성년자 등 젊은 세대를 흡연으로 이끄는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FD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멘솔 담배를 피우는 미국의 흡연자 수(12세 이상)는 1850만명에 이른다. 미성년자와 청년이 주 소비층이었다. 인종을 기준으로 놓으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멘솔 담배를 자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비어 베세라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FDA가 제안한 규제는 어린이가 다음 세대의 흡연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성인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멘솔 담배와 가향 담배의 판매를 중지해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FDA는 이번 조치를 통해 40년 내로 흡연율이 15%포인트 줄어들 거라 예측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도 최소 32만4000명에서 최대 65만4000명까지 감소할 거라 예상했다.

FDA는 다음달 3일부터 7월 5일까지 여론을 파악하려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실시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멘솔 담배·가향 담배 판매 금지 방안을 확정할지 판단할 예정이다.

대형 담배 생산업체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멘솔 담배가 미국 내 담배시장 매출 에서 33%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상품이어서다. 규제가 확정되고 시행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거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제프리스 관계자는 “규제가 결국에는 시행되겠지만, 논란이 크게 일어 2026년 이전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말보로를 제조하는 알트리아 그룹은 멘솔 담배 판매를 금지하면 담배의 음성화와 범죄화를 초래한다고 경계했다. 알트리아그룹 관계자는 “규제로 막지 않고 담배가 주는 유해물질을 줄이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던힐 제조업체인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는 비슷한 규제가 도입된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등의 선례를 살펴보면 멘솔 담배 판매금지가 흡연 감소에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에서도 멘솔 담배와 가향 담배를 소비하는 흑인과 유색인종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라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