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문제점 보여주는 사례" 검수완박 비판
검찰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한 마약사건, 제대로 수사 안돼"
검찰이 수사권 조정 때문에 직접수사하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마약 투약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서정식 부장검사)는 27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모발 감정결과 마약류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보완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그 의견조차 제때 통보하지 않아 재판 중인 살인 사건에 추가 기소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투자업체 대표 A(31)씨가 동거하던 여성 B씨를 아파트에서 살해한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았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대검 DNA·화학분석과에 모발감정을 의뢰했다.

A씨의 모발에서는 마약류가 검출됐고, A씨도 범행 당시를 비롯해 과거에 마약류를 투약했다고 자백했다.

검찰은 A씨를 지난 12월 살인죄로 구속기소하는 한편, 마약 관련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자 경찰에 감정서 등을 보내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률에 따르면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만 직접수사에 착수할 수 있고,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서는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만 추가 보완수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직접 관련성'은 A씨가 살인 범행할 당시 마약류를 투약했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검찰은 직접수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구속기소된 지 약 5개월이 지난 이달 말까지 국과수 모발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번 사례가 "현행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입법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형사사법 시스템 개정에 앞서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 분석을 선행하고, 법 집행 현장에서 발생할 상황을 면밀히 시뮬레이션해 국민의 안전과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개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