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반도체 ‘거인’ TSMC도,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도 이 회사가 처리한 한 겹의 도금 코팅이 없으면 한 발도 더 나아갈 수 없다. 매출 500억원가량의 중소기업이 세계 1~2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와 항공기 부품사 납품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표면처리(도금) 분야에서 최신 공법인 아노다이징(양극산화피막) 기술을 보유한 영광YKMC가 그 주인공이다. 충남 아산에 공장이 있는 영광YKMC는 국내 최대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전문기업이다. 제품 표면에 다른 금속을 입히는 것이 일반적인 도금이라면, 아노다이징은 전기·화학 기술을 통해 제품 표면 자체를 산화시켜 균일하게 피막이 생기게 하는 첨단 도금기술이다. 금속이 덧입혀진 도금 방식보다 열이나 부식에 훨씬 강하고 전류를 차단(절연)하는 성질 때문에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쓰이는 진공 체임버를 생산할 때 주로 사용된다. 그동안 미국 기업이 주도해왔는데 영광YKMC가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다.이 회사는 아노다이징 기술을 통해 소재를 가공하고 표면을 처리해서 진공 체임버에 들어가는 부품을 세계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매출의 90%가 여기서 나온다. 이 장비들은 최종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의 세계 각지 공장에 공급된다.항공 분야에도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 아시아 최초로 티타늄 아노다이징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2013년 에어버스 항공기 날개에 공급했다. 이 회사 부품이 들어간 에어버스 A350 기종은 2000여 대에 달한다.장관섭 영광YKMC 대표(사진)는 “디스플레이 장비와 항공기 부품은 영광YKMC의 기술을 대체할 기업을 세계에서 찾기 어렵다”고 자신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누구나 제조할 수 있는 분야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말고 납품단가 경쟁이 필요 없는 세계 유일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이 회사 아산 공장의 가동률은 동종 업계 평균(70%)을 크게 웃도는 90~100%에 이른다. 내년 4월까지 1년치 일감이 꽉 찼다. 매출은 지난해 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올해 매출 500억원, 2025년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게 목표다. 내년 상반기 코스닥시장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1989년 이 회사를 설립한 장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독학으로 아노다이징 기술을 연구한 엔지니어로 2012년엔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직원들이 중소기업에 다니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출산장려금 1000만원(셋째), 장기근속 상금 1000만원 등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내걸기도 했다. 직원 200여 명 중 80%가 20·30대다. 그는 “돈만 벌려고 사업을 하진 않는다. 사명감으로 한다”며 “젊은이들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장기적인 목표는 미국 기업들이 주도해온 첨단 의료장비용 메디컬 도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는 “세계 아노다이징 시장은 150조원 규모에 이르고 반도체 장비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며 “2030년 동종 업계 세계 1위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엔비디아와 경쟁하겠습니다.”류수정 사피온 대표(사진)는 지난 2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년 상반기 선보일 차세대 제품 X330 칩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얘기였다. 사피온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가 투자해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다. 작년 말 SK텔레콤에서 분사했다.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있다.사피온의 주력 사업은 AI 반도체 설계다. AI 반도체는 데이터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대규모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칩이다. AI의 두뇌 역할을 한다. 구글 검색,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 등에 AI 반도체가 쓰이고 있다. 사피온은 2020년 AI 반도체 X220을 출시했다.현재까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데이터 학습·추론용 반도체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은 90% 안팎으로 추정된다. 앞으론 AI 반도체가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류 대표는 “GPU는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효율이 높기 때문에 처리하기 전 데이터가 모일 때까지 기다린다”며 “AI 전용 칩을 쓰면 결과도 훨씬 더 빨리 나온다”고 설명했다.사피온은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AI의 추론은 학습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류 대표는 “자율주행용 반도체는 오프라인으로 학습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가 (돌발상황 같은) 문제가 들어오면 답을 내는 추론이 중요하다”며 “사피온 칩은 추론에 최적화돼 있어 문제를 풀 때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류 대표는 사피온의 숨은 강점 중 하나로 SK그룹 소속이란 점을 들었다. 계열사가 테스트 시장 역할을 해줄 수 있고 세계적인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SK 계열사들이 제품을 써보도록 해 성능 검증 자료를 확보한 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류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이다. 디지털 신호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는 집적회로인 DSP, 모바일 GPU 등을 개발했다. 지난해 4월 AI 액셀러레이터 담당으로 SK텔레콤에 합류했다.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대만의 반도체 ‘거인’ TSMC도,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도 이 회사가 처리한 한 겹의 도금 코팅이 없으면 한 발도 더 나아갈 수 없다. 매출 500억원가량의 중소기업이 세계 1~2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항공기 부품사 납품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영광YKMC 없으면 디스플레이 장비 생산 불가능"표면처리(도금) 분야에서 최신 공법인 아노다이징(양극산화피막) 기술을 보유한 영광YKMC가 그 주인공이다. 충남 아산에 공장이 있는 영광YKMC는 국내 최대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전문기업이다. 제품 표면에 다른 금속을 입히는 것이 일반적인 도금이라면, 아노다이징은 전기·화학 기술을 통해 제품 표면 자체를 산화시켜 균일하게 피막이 생기게 하는 첨단 도금기술이다. 금속이 덧입혀진 도금 방식보다 열이나 부식에 훨씬 강하고 전류를 차단(절연)하는 성질 때문에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쓰이는 진공 체임버를 생산할 때 주로 사용된다. 많은 유해물질이 필요한 일반 도금 공정보다 훨씬 친환경적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미국 기업이 주도해왔는데 영광YKMC가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넓히고 있다.이 회사는 아노다이징 기술을 통해 소재를 가공하고 표면을 처리해서 진공 체임버에 들어가는 부품을 세계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매출의 90%가 여기서 나온다. 이 장비들은 최종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의 세계 공장에 공급된다. 항공 분야에도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 아시아 최초로 티타늄 아노다이징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2013년 에어버스 항공기 날개에 공급했다. 이 회사 부품이 들어간 에어버스 A350 기종은 2000여 대에 달한다. 장관섭 영광YKMC 대표는 “디스플레이 장비와 항공기 부품은 영광YKMC의 기술을 대체할 기업을 세계에서 찾기 어렵다”고 자신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누구나 제조할 수 있는 분야는 절대로 진출하지 말고 납품단가 경쟁이 필요 없는 세계 유일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이 회사 아산 공장의 가동률은 동종 업계 평균(70%)을 크게 웃도는 90~100%에 이른다. 내년 4월까지 1년치 일감이 꽉 찼다. 매출은 지난해 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올해 매출 500억원, 2025년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게 목표다. 내년 상반기 코스닥시장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직원 80% 20~30대, 출산장려금·근속상금 1000만원"사명감으로 사업한다"1989년 이 회사를 설립한 장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독학으로 아노다이징 기술을 연구한 엔지니어로 2012년엔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2012년 한때 적자가 누적돼 회사가 문을 닫을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때 거래하던 한 대기업은 평소 품질과 납기경쟁력이 뛰어난 이 회사의 신용만 믿고 담보없이 10억원을 쾌척해 기사회생 했다. 직원들이 중소기업에 다니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출산장려금 1000만원(셋째), 장기근속 상금 1000만원 등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내걸기도 했다. 원하는 직원에게 사내 사외 기숙사 제공은 물론 1995년부터 하루 세끼 식사를 제공하고 학자금도 모두 무상 지원한다.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직원 200여 명 중 80%가 20·30대이다. 또 직원의 80%가 충남 아산 지역주민이기도 하다. 평소 '섬기는 리더'를 목표로 단순히 사장과 직원 관계를 넘어, 직원 한명 한명에게 가족같이 대하며 ‘멘토’역할을 해준 것이 청년들이 몰린 비결이다. 그는 "돈만 벌려고 사업하지 않는다. 사명감으로 사업한다"며 "젊은이들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게 제 꿈"이라고 강조했다. "아노다이징의 '名家'로 만들겠다"2030년 세계 1위가 목표 그의 장기적인 경영 목표는 영광YKMC를 전세계 아노다이징의 '명가'로 만드는 일이다. 사업영역을 확장해 소재 구입부터 가공, 표면처리(아노다이징), 모듈조립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해 납품회사의 물류비와 시간을 절약시켜주겠다는 전략이다. 또 미국이 주도해온 첨단 의료장비용 메디컬 도금 시장에도 뛰어들어 10년내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그는 “전세계 아노다이징 시장은 150조원으로 반도체 장비용 수요가 크다”며 “2030년까지 동종업계 세계 1위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