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속 최고위서 재논의 가닥…"파기로 갈수밖에 없어" 강경론도
안팎 반발에 국힘 사흘만에 검수완박 합의안 '재논의'로 급선회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놓고 25일 '여야 재협상' 카드를 제시한 것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국면 돌파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개 회의를 포함해 약 1시간 30분간의 논의 끝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재논의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접 중재안에 사인한 지난 22일 여야 합의를 사흘만에 뒤집은 것이다.

전날 이준석 대표가 '최고위 재논의'를 거론하면서 한때 원내지도부와 최고위 간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지만, 이날 최고위 회의를 통해 이견은 봉합된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도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중 선거·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도록 한 내용에 대해선 여야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거론하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를 사실상 깨고 재협상을 제시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물론, 여야 중재안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국민의힘 내부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원안에 대한 반발보다 여야의 합의 중재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더욱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지렛대로 삼아 집권 초 국정운영 동력을 이끌어가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선 반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팎 반발에 국힘 사흘만에 검수완박 합의안 '재논의'로 급선회
특히 중재안 중 선거·정치인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박탈한 부분을 놓고는 민주당과 '한배를 탔다'는 이미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이 될 것이란 우려도 당내에서 적지 않았다.

더구나 검찰총장직 사퇴 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일갈하며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해온 윤석열 당선인의 검사 시절 기조와 중재안이 배치된다는 점도 국민의힘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도 최고위를 통해 민주당에 중재안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지사 후보인 김은혜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70년 사법체계를 뒤집는 것을 이렇게 쉽게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최고위에서 재논의 과정이 한 번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상 여야 합의안은 당내에서 파기됐다고 봐야 한다"며 "의총에서 추인받았다고는 하지만 (원내의) 절반, 과반도 안 모였다.

의총을 다시 열어 공식적으로 (중재안을) 파기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재안 재협상으로 당내 중지는 모았지만, 여야 합의를 깼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민주당은 합의 파기시 검수완박법을 즉시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정부의 내각 출범의 첫단추인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정국이 급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1번 타자'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이날 파행을 겪었다.

결국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둘러싼 반발 여론과 민주당을 상대로 한 재협상의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집권초 정국 경색의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중재안 파기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게 '검수완박 원안 강행'의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재협상을 위한 의총을 다시 여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

일단은 그날(의총날) 의원들이 다 참석 못했지만, 추인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의총을 다시 소집하는 것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