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바둑돌로 '천년수담' 펼친다
1500년 전 신라 공주도 ‘신의 한 수’를 고민했을까. 신라 고분에서 2년 전 출토된 바둑돌로 실제 바둑을 두는 ‘천년수담(千年手談) 신라 바둑 대국’이 문화재청 주최로 오는 28일 열린다. ‘수담’은 말 그대로 손으로 나누는 대화, 즉 바둑을 뜻한다.

이날 대국에서 사용하는 바둑돌(사진)은 2020년 11월 경주에서 발굴된 돌무지덧널무덤(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봉분을 덮은 무덤) ‘쪽샘 44호분’에서 나왔다. 약 1000t에 달하는 거대한 돌무지 규모가 특징으로, 신라 왕족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고분에서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무덤 주인의 유골과 함께 금동관과 금귀걸이, 비단벌레 모양 황금 장식품 등이 나왔다.

화려한 장신구만큼이나 주목받은 것은 무덤 주인의 발치에서 나온 860여 점의 바둑돌 모양 자갈돌이다. 지름 1~2㎝의 둥글고 납작한 형태에 어두운색과 밝은색으로 구분됐다. 가공이나 채색이 없는 ‘자연 바둑돌’로 추정됐다. 바둑돌 모양 자갈돌은 5~7세기 신라 무덤에서 종종 출토됐다. 당시 신라는 저 멀리 당나라에 ‘바둑 고수의 나라’로 알려질 정도로 바둑이 유행했다.

주최 측인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돌 중에는 흑백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있어 실제 대국에 썼던 돌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며 “쪽샘 44호분에서 나온 자갈돌로 실제 바둑 대국이 가능한지 검증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대국은 출토된 돌 중 흑돌과 백돌을 200점씩 골라낸 뒤 김수영 아마 7단(흑돌)과 홍슬기 아마 6단(백돌)이 겨룬다. 바둑TV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 중계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