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여야가 수용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제도로 자리 잡으면 경찰의 수사권은 더욱 강해진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던 6대 범죄는 부패·경제범죄 등 2대 범죄로 축소된다.
선거범죄나 대형참사 사건 등 나머지 범죄 유형은 상당수가 경찰로 수사 권한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있는 요건에는 '(사건의) 동일성·단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가 붙었다.
그만큼 검찰의 보완 수사 재량과 경찰 견제 권한이 축소되는 것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 처리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중재안에는 경찰에 관련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지만 그 취지대로 입법이 현실화한다면, 이처럼 경찰의 수사 범위와 재량이 전례 없이 확대된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관건은 갈수록 힘이 세지는 경찰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한쪽에서 권력을 빼앗으면 당연히 그 권력을 받는 쪽이 있는데 지금 논의에서 경찰 권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당연히 검찰로부터 권력을 빼앗는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권력을 받는 경찰을 통제할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보다 경찰의 수사 범위 등이 커진다면 그만큼 사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따져보고 견제할 방안도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제도로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검찰만 갖고 있어 얼마든지 수사 상황을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다.
또 검사는 경찰을 감찰할 수 있다.
여전히 통제할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권한이 어디까지 늘어날지와 맞물린 가장 큰 변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하도록 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설치 문제다.
1년 안에 설치될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중수청에 그 기능을 넘겨준다는 내용인데 중수청 설치가 단기간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
중수청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소속을 어느 부처로 할지, 수사관은 어떻게 채울지 등 수많은 논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둔다면 경찰청 소속으로 이제 출범 1년을 겨우 넘긴 국가수사본부와의 관계 설정이 모호해질 수 있어 여러 논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수청 설치 문제가 난항에 빠지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중수청 설치가 어려워질 경우 각 지검에서 부패·경제 사건에 한해 인지수사를 하고 나머지는 경찰의 1차 수사 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이럴 경우 중재안에 나온 검찰의 보완수사 요건, 즉 '동일성·단일성'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이른바 '별건수사'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붙인 단서이지만 동일성·단일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예외를 둔다면 무엇을 둬야 할지 등에 관한 입법적 보완 없이는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단일성·동일성' 요건에 대해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목적이 아니고, 검사제도의 일부 기능만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기소하는 사람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사실 중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을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의 보완수사도 경찰 수사처럼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과정이므로 앞서 나오지 않은 증거 등이 발견되면 달라진 사실관계로 인해 사건의 속성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데, 경찰 수사와 동일성·단일성을 유지한 가운데 보완수사를 하라는 것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상희 교수도 "(중재안은) 송치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를 이야기하면서 단일성, 동일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며 "수사 과정은 재판 과정과 달리 모든 가능성이 다 열린 과정인데 단일성과 동일성을 판단한다는 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경찰에서는 인력과 예산 확충 없이 수사량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미 경찰이 수사의 99%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일선에서는 수사부서 탈출 현상도 생겨난 지 오래다.
또 예산과 인력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법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현장에 상당수 배치돼야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