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원태빈 교수 "무호흡 동반 여부부터 확인"

배우자나 가족의 심한 코골이 탓에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집안이 떠나갈 듯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다가 '컥'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숨을 멈추면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싶어 걱정된다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코골이는 그 자체만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병일까.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골이는 좁아진 기도로 공기가 통과하면서 주변에 진동을 일으켜 소음이 나는 현상이다.

사람이 자는 동안에는 힘이 빠지면서 코와 후두 등 상기도 근육이 느슨해지면서 기도가 좁아진다.

즉 코골이는 단순히 코만이 아니라 입천장과 목젖, 혀, 목구멍 안쪽 근육 등이 함께 떨리면서 반복적으로 나는 소리다.

코골이를 일으키는 '좁아진 기도'의 원인은 다양하다.

편도 비대나 목젖 비대 또는 혀뿌리가 커서 물리적으로 기도를 좁힐 수도 있고 무턱과 같이 뼈 구조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체중이 증가해 기도가 좁아지거나 근육의 탄력성 저하로 상기도 근육이 처지는 경우에도 코골이가 생길 수 있다.

[위클리 건강] "드르렁…컥" 코골이는 병일까
단순 코골이만 있는 경우 옆 사람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고통을 겪기는 하지만 코골이를 하는 본인 건강만 생각한다면 반드시 치료할 필요는 없다.

혼자 사는 사람이 단순 코골이만 한다면 그냥 둬도 된다.

그러나 코골이 환자의 대다수가 수면무호흡을 동반하기 때문에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수면무호흡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혈압, 협심증 등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하고 악화하는 요인이 된다.

수면무호흡이 있는 환자는 자는 동안 체내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잠이 중간중간 깨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심장과 혈관에 무리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무호흡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원태빈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70% 정도가 수면무호흡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수면무호흡은 만성 피로, 주간 졸림증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유발하고 악화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코골이가 있는 경우에는 우선 무호흡 동반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고한다"며 "코골이 소리의 크기보다는 수면 중 숨이 멎었다가 다시 내쉬는 무호흡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이 관찰된 적이 없더라도 코골이가 너무 잦은 경우에는 무호흡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한 번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이때 '코골이가 잦은 경우'는 특별히 피곤하지 않은 시기를 기준으로 일주일에 나흘 이상 코를 고는 경우로 보면 된다.

지나치게 피곤하거나 술을 많이 마신 날에는 코를 안 골던 사람도 코를 골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치료 방법은 환자의 무호흡 정도와 나이,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담당 의사가 결정한다.

과체중인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체중 감량도 병행해야 한다.

무호흡 정도에 따라 수면 중 기도를 확장해 공기 공급을 돕는 '양압기' 착용이나 좁아져 있는 상기도 부위를 구조적으로 넓히는 수술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금주하고 수면제 등의 약물 복용을 삼가면서 체중을 조절하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무호흡이 심할 때 권고되는 양압기는 제대로만 사용하면 치료 성공률이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위클리 건강] "드르렁…컥" 코골이는 병일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