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2일 장중 한때 1245원을 돌파하면서 한 달여 만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인상), 위안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원화 가치 추가 하락(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중 연중 최고치 찍은 환율…당국개입 경계감에 상승폭 줄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장중 1245원40전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달 15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 1244원40전보다 1원 높다. 하지만 오후 들어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과 수출업체의 대규모 수출대금 환전(네고 물량)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둔화돼 결국 전날보다 10전 상승한 1239원10전에 마감했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국제통화기금(IMF) 패널 토론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해 “내 견해로는 좀 더 빨리 움직이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빅스텝을 공식화한 게 이날 장 초반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 경기 하강과 물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인내가 필요하다”는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적 발언을 한 것도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부추겼다.

원·달러 환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지난달 중순까지 오름세를 보였다. 이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해소되면서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 의지가 가시화된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따른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통상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오르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는 전 거래일보다 0.77% 하락한 6.4596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이후 최저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적인 관계가 밀접하다 보니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위안화와의 동조화 경향이 크다”며 “중국의 소비 둔화, 상하이 봉쇄 영향으로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250~1260원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방향, 식량 부족에 따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한국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 등이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