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옛 대림그룹)이 김종현 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 LG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지주사 DL과 핵심 계열사인 DL이앤씨(건설), DL케미칼(화학) 등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일제히 ‘LG맨’으로 채워졌다. 글로벌 마케팅과 인수합병(M&A), 신산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LG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 출신 CEO만 5명

14일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에서 현재 CEO를 맡고 있는 LG 출신은 총 5명이다. 그룹 전체를 통틀어 두 명인 부회장 역시 모두 LG 출신이다. 배원복 대림 부회장과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2019년부터 부회장을 맡아왔던 SK텔레콤 출신 김상우 전 부회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2월 그룹을 떠났다.
'글로벌 정조준' DL의 용병술…LG맨에 핵심 계열사 맡겼다
2019년부터 DL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지난해 11월 대림으로 옮긴 배 부회장은 LG전자 마케팅그룹장(부사장) 출신으로 프라다폰, 초콜릿폰 등 LG전자 휴대폰 전성시대를 이끈 마케팅 전문가다. 대림은 DL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DL그룹의 지배구조는 이해욱 회장→대림→DL→DL이앤씨·케미칼로 구성돼 있다.

DL케미칼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김종현 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을 DL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LG화학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배 부회장과 김 부회장 모두 LG그룹에서 30년 넘게 근무했다.

DL을 이끄는 전병욱 대표도 LG 출신이다. 18년간 LG유플러스에 근무하면서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지냈다. 지난해 11월 DL로 영입된 후 한 달 만에 대표이사에 초고속 선임됐다. 그룹 모태이자 건설 계열사인 DL이앤씨의 마창민 대표 역시 LG전자 마케팅 임원 출신이다. 배 부회장과 함께 휴대폰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 작년 1월 대표로 선임됐다. 윤준원 DL모터스(옛 대림자동차공업) 대표 또한 LG유플러스 출신이다.

내수 중심 사업구조 탈피

이 밖에 남용 DL이앤씨 이사회 의장과 허인구 전 DL모터스 대표, 이준우 전 대림 대표 등이 LG그룹 출신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선 DL그룹이 LG 출신을 선호하게 된 배경으로 이 회장의 ‘경영멘토’를 맡고 있는 남 의장을 꼽는다. LG전자 부회장을 지낸 남 의장은 2013년 고문으로 합류해 DL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18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DL그룹이 데려온 LG맨의 공통된 키워드는 △글로벌 마케팅 △M&A △신사업 등이다. 사업 확장이 필요한 시점을 맞아 해당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LG맨을 대거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DL그룹은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 ‘세계 톱20 석유화학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해 미국 석유화학기업 크레이튼을 2조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내수 중심 사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게 DL그룹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