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나 타이어 고무처럼 한 번 굳어져 가열해도 녹지 않는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의 길이 열렸다. 특히 빛에 반응하는 촉매 기술이 적용돼 필요한 부위를 원하는 시간에 재활용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대는 김채빈(사진 왼쪽) 응용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재가공과 수리가 불가능했던 열경화성 고분자를 재활용할 수 있는 비트리머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비트리머는 고분자 사슬 간 제어가 가능한 동적 결합으로 가교된 고분자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고분자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고분자 재활용은 열가공을 통해 폐고분자를 녹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열경화성 고분자는 쓰임이 다양하지만, 분자 사슬 간 영구적 화학 결합으로 가교된 3차원 그물망 조직을 가지고 있어 물질의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강한 열을 가하면 대기에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문제도 있었다.

김 교수는 열경화성 고분자를 열가공이 가능한 비트리머로 전환하는 광화학적 접근법을 개발했다. 빛 쪼임으로 활성화되는 광잠재성 촉매를 열경화성 고분자와 혼합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열경화성 고분자가 재가공 및 자가 치유가 가능한 상태로 전환됐다.

예를 들어, 열경화성 고분자 재료로 만드는 타이어 제작 시 광잠재성 촉매를 섞은 뒤 해당 타이어에 손상이 생기면 ‘필요한 부위에’ 빛을 쪼여 가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원하는 시간에 복구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열경화성 고분자를 시공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과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열경화성 고분자의 물질 재활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며 “향후 플라스틱 재활용과 이 기술의 상용화에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응용화학공학부 박진영 석사과정생이 제1 저자, 김채빈 교수가 교신저자로 수행했다. 같은 학과 현규 교수팀과 안석균 교수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우수 신진 연구와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받았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및 친환경 재료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3월 28일 자에 게재됐다.

부산=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