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사진=한국GM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사진=한국GM
한국GM이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접는다. 판매량이 저조한 준중형 세단 말리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경차 스파크 생산을 줄이고 트레일블레이저와 차세대 신차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에 집중한다. 내수보단 수출에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공장 조립2라인을 다음달 1일부터 기존 2교대에서 1교대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가 부진한 말리부와 트랙스의 감산을 통해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1분기(1~3월) 말리부와 트랙스 내수 판매량은 각각 416대, 411대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판매가 반토막이 났다. 조립2라인은 노후화가 심해 생산 효율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은 현재 노조와 협의 중이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노사 협의가 4차까지 진행됐으며 결과는 이르면 내일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초 사측은 올 8월 부평 조립2라인의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력업체 도산 문제, 근무지 변화에 따른 혼란 등의 이유를 들어 노조가 반대했다. 그러자 사측은 중단 시기를 8월에서 11월로 늦추는 대신 야간조를 없애고 주간조만 근무하는 1교대 가동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다만 오는 11월 이후 사측이 조립2라인의 생산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면 조립2라인은 사실상 폐쇄 수순을 맞게 된다. 말리부와 트랙스도 자연스럽게 생산 종료된다.
한국GM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한국GM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조립2공장 생산 종료로 붕 뜨게 된 조립2라인 인력을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조립1라인과 신차 CUV 생산을 앞둔 창원공장에 배치하겠다는 게 사측 계획이다.

부평 조립2라인의 인력은 약 1500명이다. 사측은 조립2공장이 폐쇄되더라도 전체 생산 물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 오히려 50만대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힌 만큼 노조 측이 우려하는 일자리 감소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GM의 연간 생산량은 22만3623대에 그쳤다. 2020년에는 35만4800대 생산했었다.

잘 안 팔리는 차종은 사업을 접고 주력 차종에 '올인'하겠다는 행보다. 사측이 올 8월 스파크의 생산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 호조를 이어가는 트레일블레이저는 2교대 풀타임으로 생산해도 주문량에 대응하기 벅차 인력 투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평 조립1라인은 500여명의 신규 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CUV도 트레일블레이저를 이을 주력 수출 상품으로 GM의 기대를 모으는 모델이다. 창원공장 신규 인력 투입이 필요한 가운데 부평2라인에서 700여명이 옮기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국GM은 트레이블레이저와 CUV를 필두로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독점하는 국내 시장에선 점유율을 늘리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8년 GM 본사가 마련한 한국GM 경영정상화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노조 측에 따르면 CUV는 올 9~12월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 1월 창원공장에서 본격 생산될 예정이다. 창원공장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신차 CUV 생산을 위한 대규모 설비공사를 마쳤다. 도장공장은 지난해 3월 새롭게 완공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예고된 임금·단체협약(임단협)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부평 조립2라인과 창원공장 스파크 생산 종료 문제를 두고 노사 간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