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인천 부평2공장을 연내 폐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2018년 전북 군산공장 이후 4년 만의 국내 공장 폐쇄다. 대신 경남 창원공장에서 연내 신차를 양산하는 등 국내 생산량은 늘릴 계획이다. 한국 생산기지를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 두 곳으로 단순화하고 전략 차종 위주로 생산하는 GM의 ‘리빌딩’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최근 ‘고용안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부평2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부평2공장의 1교대 전환은 이 공장의 연내 폐쇄를 위한 중간 단계 성격이다. 당초 GM은 오는 8월 부평2공장을 폐쇄하려고 했지만 1교대 전환과 함께 가동을 3개월 연장해 11월까지 운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말리부와 트랙스는 국내 단종이 확정적이다. 말리부와 트랙스는 올 1분기 국내에서 각각 416대, 411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다만 2018년 ‘GM 사태’처럼 한국 사업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부평2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창원과 부평1공장은 생산량을 늘린다는 게 GM의 계획이다. 부평2공장 근로자 1500여 명은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으로 전환 배치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한국 내 생산기지를 줄이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연 50만 대로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지난해 22만3623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이전인 2020년엔 35만4800대를 만들었다.

일각에선 부평2공장이 GM의 전기차 생산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커지면 북미 지역에 집중된 GM의 미래차 생산이 아시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배터리 공장 등 전기차 밸류체인이 마련돼 있는 한국도 후보지 중 한 곳이다. 다만 카허 카젬 사장을 비롯한 한국GM의 주요 임원들이 근로자 불법파견 혐의로 재판받고 출국 금지까지 되는 등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는 걸림돌로 꼽힌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