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에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음달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Fed의 대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통했던 그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아서자 5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급락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이날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이 주최한 가상회의에 참석해 “물가 상승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며 “이르면 다음달 빠른 속도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고 기준금리도 연속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4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긴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는 직전 긴축 시기였던 2017~2019년보다 이번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도 말했다.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으로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26% 하락한 14,204.17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1.26%, 다우지수는 0.8% 각각 하락 마감했다.

시장이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그의 돌변한 태도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브레이너드 이사는 경기부양책 축소를 서두르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Fed 비둘기파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도이체방크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기가 내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주요 은행이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이체방크는 Fed가 내년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연 3.5% 이상으로 올릴 것을 점쳤다. 같은 날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그 근거로 임금 인상, 세계화의 후퇴 등을 들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