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다음달 10일 국회에서 열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축하공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BTS의 명성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이후 BTS의 취임식 공연을 반대하는 글이 1500개 이상 게시됐다. 팬클럽 ‘아미’ 내에서도 취임식 공연 반대 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대통령 취임식과 방탄소년단 공연의 연결성이 적다는 점을 들어 “아티스트를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사회 참여 활동은 그동안 주로 국제사회에서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BTS의 대통령 취임식 출연 소식은 5일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의 언급으로 불거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취임식에 BTS가 공연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그것도 지금 논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윤 당선인 취임식에 BTS가 공연하면 ‘내로남불’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BTS와 무언가를 할 때마다 국민의 힘 측에서 ‘보여주기 쇼’라며 공개비난을 해왔기 때문이다. BTS 공연이 ‘병역면제’ 사안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화성이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달 들어서만 BTS소속사인 하이브와 두 차례 만나 대중음악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병역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취임준비위는 박 위원장의 'BTS 공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취임준비위 한 관계자는 "BTS 등 어떤 출연진이 나올지는 전체적인 취임식의 기조에 따라 맞춰가는 것인데 지금은 그 기조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취임식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컨셉으로 치러진다면 BTS의 출연도 검토할 수 있지만 취임식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직 어떤 출연진을 부를지에 대한 실무적 작업 단계까지 간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 인기가수 및 문화예술인들이 축하 공연은 왕왕 있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소리꾼 장사익, 가수 김장훈, 지휘자 정명훈 등이 출연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는 당시 ‘강남 스타일’로 월드 스타로 떠올랐던 가수 싸이가 축하공연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이후 곧바로 취임해 별도의 취임식이 없었다.

이유정·김인엽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