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남측 탐방로 방문한 문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북악산 남측 탐방로 방문한 문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정권 이양기 문재인 대통령의 납득할 수 없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인사권을 고집하면서 한동안 볼썽사나운 신·구 권력 갈등을 초래하더니, 이번엔 퇴임을 한달 앞두고 난데없이 청와대 뒤편 북악산(남측면)을 개방한다며, 요즘 화제의 주인공 부인 김정숙 여사와 기념 산행까지 했다.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북악산 전면 개방 약속을 지킨다고 하는 것인데, 여태 가만히 있다 왜 이제 와 저러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전면 개방 및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 가시화하자 ‘질투’가 발동한 게 아닌가라는 게 세간의 뒷담화다. 문 대통령이 “우리가 개방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데서도 당선인측을 의식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북악산 개방이 시작되는 6일에는 임시 국무회의가 열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일부 예비비를 의결했다. 이번에 승인된 금액은 당선인측이 요구한 496억원에서 136억원이 빠진 360억원이다. 국방부 청사 총 10개층 리모델링비중 한미연합훈련 유관부서인 1~4층 리모델링 비용 등은 훈련 종료후 처리하겠다는 것인데, 곰곰 생각해 보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북한이 수십발 미사일을 쏴대도 고구마처럼 침묵으로 일관해 오던 이 정권이 과연 안보 공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수긍하기 어렵다. 이전비용을 포괄 승인해 놓고 집행은 시기에 맞춰 하면 될 일인데, 안보에 만전을 기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모습도 그렇고, 흡사 견제구용으로 잔금을 남겨 놓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

문 대통령의 임기말 몽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다. 트럼프가 자신의 재임중 사망한 진보 법관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 연방 대법관의 후임 지명을 강행한 것은 조 바이든과의 대선(2020년 11월)을 불과 2개월 앞둔 때였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몰상식한 인사 탓에 바이든으로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는 유권자가 30%나 됐다. 문 대통령은 어떤가. 그는 이미 선거에서 패배해 사실상 정권 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을 주장했으니, 트럼프 이상이다. 결국 감사원장이 임명 제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한 바람에 공개적으로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트럼프는 28년만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됐으며, 문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도입후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첫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40%대 중후반을 유지하는 지지율에 내심 흡족해 할지 모른다. 그러니 선거에서 진 이유가 더욱 의아할 것이다. 본인은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이런 생각은 혹시 안해 봤을까 모르겠다. 견고한 지지층 너머에는 50%를 웃도는 그 이상의 강도를 지닌 콘크리트 반대층 또한 있다는 것을, 그리고 본인과 이른바 진보세력이 국민으로 여기는 사람들 숫자 만큼만 딱 지지율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그럼 누가 나라를 이처럼 양분해 놨을까.

문 대통령 스스로는 답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이를 깨달았다면 지금같은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에 국민들이 찾으면 청와대는 대통령 치적 홍보에 또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 정도 꼼수를 가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만이다.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되면 봄 꽃이 만개한 철에 국민들이 몰려와 앞다퉈 인증샷을 찍고 SNS에 올릴 것을 생각하니 배가 아플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20일 뒤면 지방선거일이다. 청와대는 “북악산 남면은 이미 몇 달 전 개방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연기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간에는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을 겨냥한 ‘김빼기’로 비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생선 하나가 떠오른다고 한다. 등과 배가 딱 달라붙은 밴댕이 말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