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술병 라벨에…8개 부처 '벌떼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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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 규제에 '속앓이'
한 글자만 달라져도 라벨 폐기
동판 교체 등 매년 수십억 낭비
"라벨 대신 QR 코드 도입해야
비용 아끼고 자원 재활용 도움"
한 글자만 달라져도 라벨 폐기
동판 교체 등 매년 수십억 낭비
"라벨 대신 QR 코드 도입해야
비용 아끼고 자원 재활용 도움"

주류업체들은 라벨에 들어가는 내용이 한 글자만 달라져도 기존 라벨을 모두 폐기하고, 새로 동판을 만들어 찍어내야 한다. 이후 일일이 수작업으로 ‘라벨 갈이’까지 해야 한다. 코로나19발(發) 부진이 만성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당국까지 과도한 규제를 들이밀어 매년 수십억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불만이 주류업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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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부처가 라벨 두고 ‘아우성’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주류 라벨에 칼로리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주류 제조·수입업체 등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현재 주류는 업계 자율로 칼로리 표기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를 의무 표기로 바꾸는 시도다. 식약처는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저알코올 주류를 표기하는 문구 삽입도 추진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초 업계 관계자를 정부세종청사로 불러 라벨에 칼로리를 비롯한 영양성분 시험분석 결과를 의무 표시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국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흔히 ‘주류 라벨’로 불리는 ‘한글 표시사항’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는 총 여덟 곳(산업통상자원부, 식약처, 공정위, 관세청, 보건복지부, 국세청, 환경부, 여성가족부)이다. 예를 들어 원산지는 관세청(대외무역법), 경고 사항은 복지부(국민건강증진법), 반품 또는 교환 사항은 공정위(소비자기본법)에서 관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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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갈이’에 매년 수십억원 낭비
무분별한 라벨 표기 내용 개정으로 영세 주류제조업체와 중소 주류수입업체가 골병을 앓고 있다. 수입 주류는 라벨을 바꾸는 데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표시 사항 관련 규정 공유→디자인 시안 제작→디자인 결재→라벨 발주·제작→라벨 부착 등의 과정을 외국 본사와 공유하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벨을 스티커가 아니라 캔에 인쇄하는 수입 맥주의 경우 이를 변경하는 데 1년이 걸리기도 한다.라벨 교체 비용도 상당하다. 규정이 변경되기 전 생산한 제품의 경우 라벨을 떼어내고 새 라벨을 부착해야 하는데, 모든 게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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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라벨의 효용성이 있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가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작은 글씨로 표시하다 보니 읽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스티커 라벨 대신 관련 정보를 QR코드로 제공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필요한 라벨 갈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라벨을 없애는 게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도 좋다는 게 주류업계의 주장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