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가 4일부터 4개에서 3개 시장으로 재편된다. 세계 최대였던 시장 규모가 30여 년 만에 5위로 떨어지자 일본거래소가 9년 만에 내놓은 응급조치다.

일본거래소그룹은 도쿄증시1부 2부 자스닥 마더스 등 4개로 구성된 시장을 4일부터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 3개로 재편한다고 3일 밝혔다. 2013년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의 합병으로 일본거래소그룹이 탄생한 지 9년 만의 대규모 시장 재편이다.

대기업 중심의 ‘프라임’, 중견기업의 ‘스탠더드’, 신흥기업이 성장자금을 조달하는 ‘그로스’로 시장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특징이다. ‘명문 기업의 보증수표’로 통하던 도쿄증시 1부시장은 61년 만에 사라진다.

도쿄증시 재편은 추락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버블(거품)경제가 최고조였던 1989년 도쿄증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590조엔(약 5872조원)으로 뉴욕증권거래소를 누르고 세계 1위였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2011년 도쿄증시의 시가총액은 반토막인 251조엔까지 줄었다. 2020년까지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일본 증시의 부진으로 순위가 다시 밀렸다. 작년 11월 기준 도쿄증시의 시가총액 합계는 715조엔으로 상하이증권거래소(901조엔)와 유럽의 유로넥스트(875조달러)에 따라잡혔다. 뉴욕증권거래소(3220조엔), 나스닥시장(2753조엔)과의 격차는 4~5배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외면이 도쿄증시의 추락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도쿄증시 1부시장은 최상위 시장이지만 시가총액 40조엔의 도요타자동차와 40억엔짜리 중소기업이 섞여 있다. 2002년 1부시장 승격 기준을 시가총액 500억엔에서 40억엔으로 완화한 이후 상장사가 700여 개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도쿄증시는 전체 상장사(3769곳)의 58%인 2176곳이 1부시장 소속인 ‘가분수 시장’이 됐다.

프라임시장은 글로벌 투자가, 스탠더드와 그로스시장은 일본 투자가들의 시장으로 차별화해 기형적인 구조를 해소한다는 게 일본거래소의 구상이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아직 차갑다. 1부시장 상장사의 84%(1838곳)가 프라임시장에 편입됐다. 상장기준을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서만 제출하면 프라임시장에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에 미달하고도 프라임시장에 잔류한 상장사가 전체의 16%(295곳)에 달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