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경제 원팀 만들라"
당선인과 인연 없지만 중용
풍부한 국정운영 노하우 높게 사
한·미 FTA 타결 경제·통상 전문가
대사 거치며 美에도 두터운 인맥
경제·외교·안보 총괄 '여야 가교'
중재안 끌어낼 국무조정능력 절실
호남출신…민주당 반대 못할 것

인연·연고 없어도 능력 보고 중용
윤 당선인은 총리 후보군을 압축할 때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를 잘 이끌어갈 능력과 경험을 우선하라”는 기준을 참모들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행정 경험이 부족한 스스로를 보완할 국정 경험도 중요한 기준이 됐다. 인선작업 초기부터 한 전 총리가 1순위로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한 전 총리는 윤 당선인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윤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인연이라면 10여 년 전 주미대사 시절 윤 당선인과 한 차례 조우한 게 전부다.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엔 취임과 동시에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여러 정권에 걸쳐 검증된 한 전 총리의 국정 경험은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한 전 총리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중용됐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화합형 총리’라는 평가도 있다. 한 전 총리는 자녀가 없는 데다 재산과 병역에도 흠결이 없어 과거 수차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폭넓은 인맥…외교·안보에도 강점

윤 당선인 측 내부에선 한 전 총리의 기용에 대해 “참신성이 떨어지고 ‘올드’한 이미지를 준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한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인들이 포진된 것도 이런 부정적인 비판의 근거가 됐다. 윤 당선인은 이런 비판 의견에 대해 “나이, 지역을 따지지 말고 능력과 전문성을 우선하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향후 꾸려질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엔 상대적으로 젊은 전문가들을 중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여소야대 정치 상황을 고려해 현역 의원들은 가급적 청와대, 내각에 기용하지 않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하마평에 올랐던 장제원, 이태규, 권영세 의원은 모두 당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국회 동의·코로나 극복 우선 과제
한 전 총리의 1차 과제는 국회의 총리 임명 동의를 얻는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불어민주당이 순순히 동의할 가능성은 낮지만, 호남 출신 총리를 명분 없이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라며 “통과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내다봤다. 총리에 임명되더라도 청와대 집무실 이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현안들은 민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윤 당선인 측근과 협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당내 일각에선 벌써부터 “대선 승리에 기여했지만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에 소극적인 관료들을 다잡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야당의 협조와 부처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성과를 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