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지시로 불리한 계약 체결…검증 수단 없애고 경쟁입찰도 취소
경실련, 최지성 등 배임 혐의 고발…'경영권 승계 수사 연결고리' 분석도
웰스토리 도우려다 계열사들 손해봤나…배임의혹도 겨누는 검찰
삼성그룹의 '급식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그룹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도 수사선상에 올려둔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배임 혐의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향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전날과 이날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도 영장에 기재했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부당지원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지원 행위 전반을 경영진의 배임 행위로 볼 수 있는지까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은 2012년 10월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약구조를 변경하는 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웰스토리는 급식 품질에 대한 직원 불만 대응 차원에서 식자재비를 추가 투입해 이익률이 감소한 상태였다.

최지성 옛 미전실장은 이듬해 2월 웰스토리에 유리하게 바뀐 계약구조 변경안을 보고받고 이를 최종 승인했다.

이 방안은 "전략실 결정 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됨"이라는 지침과 함께 계열사에 전달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이에 따라 급식 수의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 식재료비 마진 보장 ▲ 인건비 15% 수준의 위탁수수료 지급 ▲ 소비자물가 및 최저임금에 연동해 식단가 매년 인상 등 웰스토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들이 다수 포함됐다.

미전실은 계약 구조 변경 이후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향후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에 대한 가격 조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웰스토리가 계약 조건들을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기회인 '대외개방 경쟁입찰' 역시 미전실 지시에 따라 점차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8년 4월 수원 사업장 패밀리홀에 대한 급식 경쟁 입찰을 추진하다 중단하기도 했다.

사업자들로부터 제출받은 견적서를 통해 웰스토리의 식단가가 다른 사업자보다 최대 14.6% 높다는 점을 인지했지만 정현호 사업지원 TF팀장의 지시에 따라 돌연 경쟁입찰을 취소했다.

이러한 조직적인 '밀어주기'를 통해 웰스토리는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을 상회하는 15.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웰스토리 도우려다 계열사들 손해봤나…배임의혹도 겨누는 검찰
공정위는 그러나 사건을 검찰에 넘길 때 삼성전자와 최 전 실장만 고발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정위의 '삼성 봐주기'라고 비판하며 최 전 실장과 정현호 TF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전자의 이익을 위해 사무를 처리해야 할 임무를 위배해 제3자인 웰스토리에 재산상 이득을 몰아줬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도 공정위 조사에 오류가 없다면 배임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계열사들 입장에서 업계 관행을 벗어나는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경쟁입찰을 취소하면서 회사가 얻을 이익을 스스로 포기한 정황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웰스토리를 지원한 4개 계열사 중 삼성전자만을 압수수색한 것 또한 배임 혐의와 연관된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캐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배임 혐의 수사가 부당지원 행위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임의 '동기' 부분을 수사하다 보면 결국 웰스토리의 모회사인 삼성물산과 그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함이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검찰이 이를 당시 경영 승계를 둘러싼 상황과 결부 지어 수사를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