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출장 세차를 받은 뒤 촬영한 사진.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 씨가 출장 세차를 받은 뒤 촬영한 사진.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 매칭 플랫폼 앱을 통해 출장 세차 인력을 섭외한 한 차주가 고소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세차 노동자가 몇 차례 시간 약속을 어겼고, 서비스 만족도도 떨어져 앱에 별점 1개와 리뷰를 남겼는데, 이에 노동자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28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출장 세차 리뷰 남겼더니 고소한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지금 제 상황이 당황스럽고 무서운데 물어볼 곳도 없고, 제가 정말 잘못한 건지 답답하고 모르겠어서 글을 쓰게 됐다"고 운을 뗐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카 디테일링(차량 부위별 전문 관리) 영상을 접한 A 씨는 한 전문가 매칭 플랫폼 앱을 통해 관련 노동자 B 씨를 섭외했다. 약속 시간은 다음 날 오후 7시 30분으로 정했지만, B 씨는 약속 당일 "다른 차량 작업 중 차 사고가 나서 오후 10시 전까지 가도 되겠냐"고 한 차례 일정을 연기했다.

이날 오후 11시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A 씨는 작업에 드는 예상 시간(1시간~1시간 30분)을 고려해 작업 완료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11시 30분께 B 씨는 A 씨에게 전화해 "지금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고, 차단기가 안 올라가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A 씨는 하루에 두 차례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화가 났지만, 새벽 시간에는 차 쓸 일도 없고 늦은 시각까지 고생한다는 마음에 화를 삭였다고 한다. 작업 완료 문자는 익일 오전 1시 7분에 받았다.

하지만 이날 아침 차량을 확인한 A 씨는 "이게 진짜 청소를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지 못한 차량 상태를 마주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도어 포켓에 있던 물건들은 전부 뒷좌석에 널브러져 있고, 뒷좌석 매트는 전부 거꾸로 끼워져 있었다. 거꾸로 끼워진 매트를 원래 상태로 해놓으려고 들었는데 매트에서 검은 때가 손에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고 했다.

A 씨는 차량 상태를 촬영해 B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에 B 씨는 "작업했던 곳이 너무 어두웠고, 빌려온 장비를 이용해서 그랬다"고 사과하면서 "오후에 다시 방문해 재작업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B 씨는 A 씨에게 다시 연락해 "저녁 말고 다음 날 밝을 때, 오후 2시에 재작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일정을 수정했다.

약속 시간인 다음 날 오후 2시가 됐지만, 이때도 B 씨의 연락은 없었다고. 답답한 마음에 A 씨는 먼저 B 씨에게 전화해 "언제 오냐"고 물었고, B 씨는 "2시 30~40분에 도착한다"고 했지만, 결국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고 한다.

A 씨는 "함께 기다린 아버지도 저도 정말 많이 화가 났지만, 어찌 됐건 다시 작업해주러 왔고 작업만 깨끗하게 잘해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갔다"며 "오후 4시 9분에 작업 완료 문자가 왔고, 바로 차를 사용할 일이 있어서 운전하면서 중간에 컵홀더와 도어 포켓만 확인했는데, 여전히 끈끈이와 이물질이 남아 있었다. 이게 잘 안 닦이는 건가 싶어 물티슈로 대충 닦아보니 너무 잘 닦였다"고 했다.
A 씨가 전문가 매칭 플랫폼 앱에 작성한 리뷰.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 씨가 전문가 매칭 플랫폼 앱에 작성한 리뷰.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끝내 "세차를 너무 대충했다"고 판단한 A 씨는 B 씨를 만나게 된 앱에 별점 1점과 리뷰를 작성했다. 리뷰에는 A 씨가 앞서 설명한 일련의 과정과 "타 업체보다 1.5배 이상 비쌌지만, 훨씬 꼼꼼히 작업해준다고 해서 선택했는데 실망이 크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리뷰를 확인한 B 씨는 A 씨에게 "별점 테러 고맙다. 리뷰는 어차피 보류하면 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B 씨는 "다시 찾아뵙고 가죽 클리닝, 바닥 항균 클리닝까지 해드린 결과가 별점 테러라서 너무 감사하다. 작업 전 사진 보내드린다. 내부만 3시간 작업해보기는 거의 1년 만인 것 같다. 그래도 저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새벽까지 열심히 작업했고, 할 말이 너무 많은데, 구차하게 답글 안 달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 3시간 작업하고 욕먹은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B 씨가 A 씨의 리뷰를 확인한 뒤 보낸 문자.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B 씨가 A 씨의 리뷰를 확인한 뒤 보낸 문자.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 씨의 리뷰는 앱 이용자는 누구나 볼 수 있어 공연성이 있고, 서비스에 불만을 느끼게 된 구체적인 과정을 서술했으므로 사실의 적시에도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B 씨 프로필을 통한 리뷰이기 때문에 특정성도 성립할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리뷰가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즉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고 보고 있다. 사실 적시의 목적이 '정보 전달' 등 공공 이익이라고만 판단될 경우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