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집 '카사노바 호텔' 출간…'탐닉'·'집착' 개정판도 나와
본능·탐닉·집착…내면의 감정 파헤친 에르노의 자전적 기록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는 자전적 소설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소신대로 그는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은 때론 논란이 되는 문제작을 낳았다.

에르노의 선집과 대표작 개정판이 문학동네에서 나란히 출간됐다.

에르노가 2020년 출간한 선집 '카사노바 호텔'과 새로운 표지로 단장한 '탐닉'과 '집착'이다.

본능·탐닉·집착…내면의 감정 파헤친 에르노의 자전적 기록
'카사노바 호텔'은 2011년 선집 '삶을 쓰다'에서 작가의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을 추린 책이다.

에르노는 '삶을 쓰다'로 프랑스 문학 대들보 작가들의 작품을 내놓는 시리즈인 갈리마르 총서에 생존 작가 최초로 편입됐다.

'카사노바 호텔'에는 자전적 에세이인 표제작을 비롯해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는 '슬픔', 문학은 현실과 맞닿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문학과 정치' 등 장르와 성격이 다른 12편이 실렸다.

성적인 모험을 다룬 '카사노바 호텔'은 에르노가 천착한 주제인 에로스(성적 욕망 등 삶의 본능)와 타나토스(죽음의 본능)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뤘다.

이 작품에서 에르노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돼 홀로 죽음에 다가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잊기 위해 육체적 경험에 집착한다.

본능·탐닉·집착…내면의 감정 파헤친 에르노의 자전적 기록
이 작품과 궤를 같이하는 소설이 '탐닉'과 '집착'이다.

'탐닉'은 에르노의 1991년 소설 '단순한 열정'의 모티프가 된 일기를 모은 책이다.

'단순한 열정'은 에르노가 파리 주재 소련 대사관 직원인 연하의 유부남과 나눈 불륜 담을 기록해 윤리적 비난을 받았다.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첫 문장이 널리 회자했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2001년 에르노는 '단순한 열정'에서 이야기한 사랑과 기다림의 시간을 생생하게 기록한 일기문 '탐닉'을 펴냈다.

1988~1990년 써내려간 일기에는 한 남자에 대한 열정과 조바심, 그의 아내에 대한 질투 등 사랑에 탐닉할 때의 감정이 들어찼다.

'집착'은 2001년 여름 르몽드의 바캉스 특집 지면에 선보인 짧은 분량의 작품이다.

질투라는 감정에 점령당한 한 여자의 모놀로그다.

"공기처럼 가벼운 사소한 일이라도 질투하는 이에게는 성서의 증거처럼 강력한 확증이다.

"
자신이 먼저 떠났지만, 상대를 잃은 아픔이 뒤늦게 집착으로 바뀌고 일상까지 잠식하는 고통이 치밀하게 다뤄진다.

작가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자신의 추한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 카사노바 호텔 = 문학동네. 136쪽. 1만3천500원.
▲ 탐닉 = 문학동네. 360쪽. 1만5천500원.
▲ 집착 = 문학동네. 88쪽. 1만1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