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반도체 굴기'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 2위 업체들이 일제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1위 중신궈지(SMIC)가 올해 50억달러(약 6조1200억원) 신규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2위 화훙반도체는 상하이증시 2차상장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에 나섰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증시 상장사인 화훙은 생산력 확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에 2차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선전거래소의 촹예반과 함께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은 과학기술 유망 기업들이 주로 상장한다. 화훙이 커촹반 기업공개(IPO)로 조달할 자금 규모를 밝히진 않았으나 시장에선 150억위안(약 2조87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중신궈지는 지난 2월, 올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50억달러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 45억달러보다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다. 중신궈지는 50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통해 월간 반도체 생산 능력이 8인치 웨이퍼 기준 현재 13만 개에서 15만 개로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신궈지는 중국 반도체 굴기 정책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미국의 제재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중신궈지를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산 기술이나 제품을 쓸 수 없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또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이 투자할 수 없는 투자제한 대상에도 포함시켰다.

이런 제재 때문에 중신궈지는 최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장비 도입에 차질을 빋고 있다. 7나노미터 이하 공정에 필수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구입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SMIC는 현재 14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 대만 TSMC나 삼성전자에 비해 두세 단계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벌이면서 '기술 자립'의 최우선에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동원해 중신궈지, 화훙, 칭화유니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중신궈지는 회장(이사회 의장)에 가오융강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가오 신임 회장은 2014년부터 CFO를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저우즈쉐 회장이 건강 상의 이유로 갑자기 물러난 이후 회장 직무대행을 해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