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두고도 길흉 논쟁 반복"…"풍수와 흥망은 인과관계 없어"
대통령실 들어설 용산은 길지?…학자들 "풍수는 생각하기 나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통사상인 풍수가 세간의 화두가 됐다.

집무실 이전 배경에 풍수지리가 얽혀 있다는 논란이 일었고, 나아가 용산이 풍수상 좋은 땅인 길지(吉地)인지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간다.

풍수(風水)는 바람과 물을 아우르는 용어로, 무덤이나 건물의 방위와 지형에 따라 화복(禍福·재앙과 복)이 결정된다는 학설이다.

미신이나 허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옛사람들이 중시한 사상임은 분명하다.

풍수나 역사지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때아닌 풍수 논쟁에 대해 "특정한 땅의 길흉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자 풍수학 연구자인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복궁만 하더라도 조선이 도읍을 한양으로 옮긴 뒤부터 반복해서 길흉 논쟁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 23년인 1441년 풍수지리가 최양선이 경복궁이 바른 명당이 아니므로 궁궐을 옮기자고 한 데 대해 신하들이 반박한 기록이 있다.

김 교수는 "경복궁이 길지라는 주장도, 흉지라는 견해도 각각 책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전하는 이야기가 많다"며 "조선이 500년 넘게 지속된 왕조라는 측면을 강조하면 길지가 되고, 일부 임금이 좋지 않게 세상을 떠난 사례를 모으면 흉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풍수에 관한 해석은 결국 관점, 즉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서 '고려사'에 문신 최사추가 1101년 노원역, 용산 등은 도읍을 세우기 적합하지 않고, 백악산 남쪽이자 경복궁 자리로 추정되는 '삼각산 면악(面嶽)'이 도읍의 지세라고 평가한 대목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복궁은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을 잘 갈무리한다는 장풍국(藏風局) 지형이고, 용산은 남쪽으로 물이 흐르는 득수국(得水局)의 땅"이라며 "두 땅은 용도가 달라 좋고 나쁨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역사지리학을 전공한 학계 관계자는 "조선은 중국과 달리 무덤뿐만 아니라 도읍과 마을 자리를 정할 때도 풍수를 적용하고자 했다"며 "사찰 대웅전이나 지방도시 동헌에 가보면 산에 둘러싸여 우리가 명단으로 생각하는 곳에 건물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과 풍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풍수는 개인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만 믿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전문위원을 지낸 최원석 경상국립대 교수는 저서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에서 "최고 지관이 자리를 정한 조선왕릉만 해도 풍수가 정략적 수단과 논리로 이용되기도 했다"면서 "왕릉 장소를 선택하는 데 작용한 요인은 정치·사회적 권력관계의 역학이었고 풍수는 그것을 치장하는 외피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인은 풍수 논리에 삶을 끼워 맞추기보다 살아가는 방도로 풍수를 유연하게 활용했다"며 "선조들은 부족하다 싶으면 보완해서 살 만한 터전으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