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병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병언 기자
2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의 도시락 오찬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30분으로 예상했던 오찬은 1시58분에야 끝이 났다. 윤 당선인은 경제단체장들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경제계에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윤 당선인이 경제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수위 현판식 후 사흘 만에 경제단체 수장들을 만난 데다 당초 일정보다 많은 시간을 경제계 목소리를 듣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을 열겠다고 하는 등 내용도 알찼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한 경제단체장은 “윤 당선인이 ‘공무원들이 말도 안 되는 규제를 하려고 하고 갑질하면 바로 전화하시라’”며 “‘업무 중이라 못 받을 때도 있겠지만 퇴근해서라도 꼭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윤 당선인이 기회가 될 때마다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전했다.

경제단체를 기업과의 소통창구로 삼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오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당선인께 바라는 1만 건가량의 제안을 받았다”며 “이를 정리해 인수위 쪽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이 경제단체 ‘지형도’의 변화를 예고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장 큰 변화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복권’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뒤 문재인 정부 5년간 청와대 공식 행사에 한 번도 초청받지 못해 ‘전경련 패싱’ 논란이 일었지만 이날 간담회로 위상을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윤 당선인은 순차적으로 주요 경제단체장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한꺼번에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전경련의 요청에 오찬을 함께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이번 오찬을 통해 새 정부가 전경련을 편견 없이 대하겠다는 방침이 확인됐다는 해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 오찬으로 전경련 패싱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라며 “정책 제안 역량, 현안 대응 능력 등 경제단체의 실력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참석한 것도 눈에 띈다. 다른 경제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제 6단체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송형석/도병욱/강경민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