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발기기·희소기기 해당 안돼…정부 "재심사 대상 아냐"
자가검사키트 유통 1년 돼 가는데 여전히 성능검증은 사각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국내에서 유통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가운데 제품의 성능이 들쭉날쭉한데도 사후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상 일단 승인된 후에는 성능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만, 자가검사가 일상화된 팬데믹 시대에는 정부가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의 제품이 조건부 허가 방식으로 승인받으면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후 1년여간 7개 제품이 추가로 승인받아 시중에 총 8개사의 9개 제품이 출시됐다.

코로나19 자가검사는 도입 초기부터 환자를 '음성'으로 진단하는 '위음성'(가짜 음성)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를 활보하다가 '조용한 전파자'가 된 사람들이 상당하리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자가검사키트는 지난해까지는 표준 진단법인 유전자증폭(PCR) 진단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원칙하에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돼 왔다.

그러나 PCR 진단검사 건수가 기존 검사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함에 따라 방역당국은 올해 2월부터 자가검사를 포함한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PCR 검사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 삼았고, 이를 계기로 한때 시중에서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이 빚어진 적도 있었다.

현재는 자가검사키트가 매우 널리 쓰이고 있는데도 검사 정확도를 가늠할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기존의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생산 차수와 제조번호에 따라 품질 차이가 존재할 수 있어 해당 기기를 쓰는 전문 검사실에서 자체적으로 성능 평가를 거친다.

그러나 코로나19 자가검사는 전문 의료기관에서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키트 성능 평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새로운 원리가 적용된 의료기기가 아니라서 재심사 대상이 아니고, 오랜 시간이 지나 과학기술의 발달 등을 반영하기 위한 재평가 대상도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시판 중인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성능 및 품질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인이 사용하는 제품의 성능을 의료기관이나 업체 측에서 일일이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을 자가진단하는 건 팬데믹 시대에 생겨난 생소한 개념인 데다가,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임신 자가진단키트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