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가입 포기·나치 규탄·러시아어 보존 등 쉬운 의제"
영토 때문에 난항 겪을 듯…푸틴 '젤렌스키와 담판' 언급
[우크라 침공] BBC "푸틴, 돈바스·크림·체면치레 요구"…중재한 터키 전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염두에 둔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안이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BBC방송은 17일(현지시간) 오후 이뤄진 두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접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측근 이브라힘 칼린 대변인을 인터뷰해 푸틴 대통령의 요구안이 두 갈래로 나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나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푸틴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줄 사안이고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BBC는 첫 부류는 우크라이나가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안보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밖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위협할 수 없도록 군축을 시행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를 보존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양대 명분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요구도 있었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탈나치화 주장은 반러 친서방 노선을 추구하는 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정치 지도자들을 축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왔다.

서방은 러시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러시아 괴뢰정권을 수립하려고 한다고 주장해왔다.

터키는 이 또한 우크라이나가 동상이몽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글자 그대로 자국 내 모든 신나치주의적 움직임을 탄압하겠다고 약속하는 정도로도 러시아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BBC는 이런 종류의 요구가 전쟁을 저지른 책임이 큰 러시아에 '체면치레용'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두 번째 종류의 요구안은 타협이 훨씬 어려워 최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한 것들로 평가됐다.

푸틴 대통령도 이 안건들을 논의하려면 우크라이나와 정상 회담이 필요하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린 대변인은 이 항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 돈바스, 남부 크림반도와 얽힌 영토 문제라고만 언급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2014년 강제로 병합했고 돈바스 지역에는 친러시아 분리독립주의자들의 독립국 수립을 선언했다.

BBC는 러시아가 이들 지역의 영유권을 포기하라고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문제는 양국 협상의 큰 난관으로 꼽혀왔다.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한점'(1인치)도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BBC방송은 종전 협상이 체결되더라도 이들 지역에 대한 세부사항이 정리되지 않으면 나중에 러시아의 재침공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