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선언 등을 조건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내용을 담은 평화협정 초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양측 휴전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이번 협상에 참여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5개 항목이 포함된 평화협정 초안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외국 군사기지 배치 불가 등을 조건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협상단은 우크라이나에 스웨덴과 오스트리아식 중립국 모델을 제안했다. 이들 국가엔 외국 군사기지 대신 자체 군대만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협상팀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법적으로 안보가 보장된 우크라이나식 모델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자국 안보를 보장받고자 하는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러시아가 받아들이는 게 관건이라고 FT는 전했다.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권을 보호하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자국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서 탄압받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 독립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와의 협상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는 것은 계획에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탈군사화 문제 등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조만간 종식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러시아의 휴전 의지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통해 병력을 재정비하고 공격을 재개할 시간을 벌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FT 보도에 대해 “옳은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