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러 수입액의 0.6% 그쳐…정형곤 대외연 선임연구위원 분석
정부도 "국내기업의 무역·투자 영향 제한적" 전망
"러 금지로 국내수입 막힌 품목 602개…반도체소재 팔라듐 등 불포함"(종합)
러시아의 대외 수출 금지 조치로 국내 수입에 차질이 생긴 품목은 602개로, 전체의 29.0% 수준이지만 수입액은 0.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팔라듐은 수출 금지 대상이 아니어서 반도체 부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수출을 금지한 품목은 602개로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품목 2천75개(173억5천229만3천달러)의 29.0%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일부터 러시아 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219개 품목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통관 코드 HS10 단위 기준으로 환산해 국내 수입품에 적용하면 602개가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이들 602개 품목의 수입액(9천716만7천달러)은 러시아로부터의 전체 수입액 대비 0.6%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 품목의 수입액을 보면 화물선(2천419만3천달러)이 가장 많았고 이어 선박용·어업용 기기(1천16만5천달러), 철강으로 만든 각종 재료용 저장조·탱크 등 용기(591만4천달러), 전압이 1천볼트 이하인 기타 전기제어용 보드 등 기타 품목(574만9천달러) 등의 순이었다.

러시아가 수출을 금지한 품목 가운데 러시아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어획물의 가공선·저장선(10만달러·100%), 터보제트 외의 항공기용 반동 엔진(116만2천달러·38.6%), 항공기용 진공펌프(18만9천달러·28.3%), 기타 항행용 무선기기(26만8천달러·30.5%) 등이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에 쓰이는 팔라듐이나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235, 나프타, 명태 등은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니다"며 "현재로서 반도체 부문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러시아산 팔라듐(가공하지 않았거나 가루 모양인 것)은 4억9천937만6천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3.2%를 차지했다.

팔라듐은 러시아가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류의 일종으로 휘발유나 석유화학 등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43억8천만달러)도 러시아 의존도가 23.4%로 높지만,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이번 수출 금지는 대러 제재를 가한 상대국에 대한 보복이라기보다 자국 경제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현재로서 러시아의 수출 금지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은 740억9천780만4천달러의 반도체 부품·장비(시스템반도체·메모리반도체·반도체 장비·장비용 부품·광반도체·디스크리트·실리콘웨이퍼)를 수입했는데 이 중 러시아산은 453만2천달러(0.006%)였다고 정 선임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지난해 팔라듐 등 주요 반도체 소재 54개 품목의 총 수입액은 총 130억8천92만7천달러로, 이 가운데 5억3천629만4천달러(4.1%)가 러시아산으로 조사됐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며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대러 의존도가 낮다"고 말했다.

정부도 러시아의 수출 규제가 국내 기업의 무역·투자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러시아 '수출 금지 및 제한 조치' 상세 리스트의 국문 번역본을 배포하면서 "수출 금지 품목은 러시아에서 이전에 수입한 제품·장비에 대한 재반출을 금지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단기적으로 러시아 현지 및 국내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러시아에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과 압하지야, 남오세티아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러시아 현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러시아 수출 규제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제기하는 애로사항을 실시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긴급애로대책반(www.kita.net, ☎ 1566-5114)을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