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기업들이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기 위한 정관 개정에 나서고 있다. 당장 사채 발행 계획이 없더라도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미리 늘려두려는 것이다. 수익 없이 수년간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엔 사채가 요긴한 자금 조달 수단이다. 일각에선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환사채 한도' 늘리기 분주한 바이오업계
15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한도를 정률에서 정액으로 바꾸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현재 이 회사는 사채 발행 한도를 주식 전환 시 액면총액이 발행 주식 총수, 즉 시가총액의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1500억원 이하로 바꾸려는 것이다.

브릿지바이오의 시가총액은 2317억원이다. 전환사채는 기존 정관대로라면 발행 한도가 695억원이다. 정관을 변경하면 발행 한도가 두 배 넘게 늘어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사채 발행 한도를 발행 주식 수로 정한 바이오벤처는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며 “정관 변경은 업계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취지”라고 했다.

발행 한도 자체를 늘리는 곳도 적지 않다. 전환사채 기준으로 셀리버리(1000억원→1조원) 아이진(300억원→2000억원) 엘앤씨바이오(400억원→1000억원) 라파스(1000억원→2000억원) 올릭스(1000억원→2000억원) 싸이토젠(500억원→1000억원) 등이 이번 주총에서 발행 한도를 늘린다.

일각에선 재무 지표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채는 주식 전환 시 자본이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재무 지표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가 넘는 세전 손실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며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본이 늘기 때문에 이 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