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에는 비교적 최근 문을 연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고풍스러운 러시아 전통 건축물에 자리 잡은 이곳은 외형이 아름다워 단연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 형태의 텀블러와 지명이 들어간 머그잔 등 러시아 냄새 물씬 풍기는 기념품들도 살 수 있다.

[길따라 멋따라] 꿩 대신 닭? "체코 코폴라를 아시나요"
그러나 이 아름다운 매장도 이제 더는 관광객들을 맞을 수 없게 됐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항의하기 위해 러시아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도 러시아에서 모든 영업활동을 중단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모두 13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따라 멋따라] 꿩 대신 닭? "체코 코폴라를 아시나요"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이런 서방의 식음료들이 금단의 열매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콜라와 맥도날드 햄버거였다.

과거 공산권이었던 체코에서 판매되던 '코폴라'(Kofola)라는 이름의 음료가 있다.

코폴라는 1960년대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정권이 코카콜라의 대용품으로 만들어낸 청량음료다.

코폴라를 맛본 것은 3년 전 체코 맥주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자테츠를 방문했을 때였다.

자테츠는 특히 맥주의 원료가 되는 홉을 1천 년 이상 재배해 온 곳이다.

[길따라 멋따라] 꿩 대신 닭? "체코 코폴라를 아시나요"
주민들이 맥주 축제장에서 검은색을 띤 음료를 맥주잔에 따라 마시길래 물어봤더니 코폴라라고 했다.

코폴라는 허브가 주원료로, 체코에서는 배탈이 난 사람들이 가정상비약처럼 마셨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콜라와 비교하면 뭔가 조금 더 시큼한 맛이 있지만, 과거 공산권 시절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먹거리로 최근 몇 년 새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길따라 멋따라] 꿩 대신 닭? "체코 코폴라를 아시나요"
그때는 공교롭게도 체코가 공산권에서 벗어난 지 30년이 되던 해였다.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은 1948년부터 1990년까지 40여년간 체코를 지배했다.

체코인 가운데 공산 치하에 대한 향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자테츠 로컬 가이드는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동의 자유조차 없었고 비밀경찰에 의한 도청과 고문이 횡행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치를 떤다"고 말했다.

이제 코카콜라가 철수한 러시아 사람들은 코폴라 같은 음료를 만들어 마셔야 할 지도 모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