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서방, 러시아에 "이란 핵협상 사보타주 말라"
서방이 러시아에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주말 이란 핵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가 러시아와 이란 간 군사 및 경제 협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돌발 요구를 하고 나왔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핵타결에 대해) 판돈을 올리고 요구사항을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호락호락하게 '타결하자' 식으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 핵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 낸 공동성명에서 "기회의 창이 좁아지고 있다.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이 합의를 이제 마무리 짓기 위한 결정을 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러시아는 (협상) 결론에 외부적 조건을 추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을 추가로 지체할 경우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제재로 자국과 이란 협력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서명 보증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 측은 그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보기에 러시아와 이란 간 교역량은 많지 않고 러시아가 이란 핵협상에 참여하는 것도 핵확산 방지가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전날 러시아의 요구사항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관건은 러시아의 요구사항이 단지 당초 2015년 이란 핵합의 문건에 있는 대로 핵협력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 것인지다.

러시아는 이란의 추가 고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가져가게 돼 있으며 러시아 국영원전기업 로사톰은 아직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대상이 아니다.

서방 외교관들은 러시아와 이란 간 핵협력에만 한정된 것이면 관리할 만한 것이지만 그 이상이 될 경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의 주된 이슈인 이란 제재 해제 범위와 미국이 핵합의 번복 시 어떤 보증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선 정리가 돼 최종 합의문을 탁자 위에 놓고 조율 중이라고 두 서방 외교관이 로이터에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본국과 협의차 돌연 귀국했던 이란 측 수석 협상가 알리 바게리카니가 9일 아침 협상장이 있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복귀했다고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인용해 로이터가 전했다.

2015년 미국 등과 이란간 핵합의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합의 번복과 대이란 제재 재부과로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으나, 지난 몇 달간 빈에서 핵합의 복원 협상이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해 진행돼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