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강렬한 록 음악으로 듣는 프리다 칼로의 꿈과 고통
‘고통의 여왕’에게 보내는 뜨겁고 강렬한 위로가 화려한 축제처럼 펼쳐진다.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프리다’(사진)는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참신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대형 창작 뮤지컬을 주로 만들어온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소극장 프로젝트로, 최정원과 김소향이 프리다 역을 맡았다.

프리다는 소아마비, 교통사고, 남편이자 멕시코 국민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불륜 등으로 극단적인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이를 어둡게만 그리지 않고 생동감 넘치는 쇼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밴드 연주와 함께 록 음악이 흐르고 프리다를 위한 라이브쇼가 펼쳐지면서 극이 시작된다. 프리다 인생의 마지막 밤에 지난 삶을 되짚어 보는 쇼가 펼쳐진다는 설정이다. 한바탕 멋진 축제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며 프리다의 고된 인생을 뜨겁고 강렬하게 위로한다. 프리다 인생의 중요한 장면마다 강렬한 록 음악으로 그의 고통과 꿈을 펼쳐 보인다. 프리다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들도 무대 위 심장 모양의 스크린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작품은 4명의 여성 배우만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각자 프리다와 3명의 ‘관념’ 캐릭터를 연기한다. 관념 캐릭터는 프리다의 정신세계를 표상하는 동시에 수호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그대로 간직한 메모리아, 교통사고 등 인생의 크나큰 고비마다 찾아온 죽음의 신 데스티노, 라이브쇼 진행자이자 남편 디에고로 변신하는 레플레하가 그들이다. 디에고를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도 깊은 인상을 준다.

프리다의 부서질 듯한 고통과 강인함을 온몸으로 표현한 김소향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프리다 캐릭터를 더욱 빛낸다. 레플레하 역의 리사는 관객들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반응을 이끌어내 소극장 공연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능청스러우면서 정열적인 디에고 연기도 매끄럽게 소화했다. 메모리아 역의 최서연, 데스티노 역의 정영아도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극 초반에 칼로의 삶을 노래와 대사로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길게 느껴진 점은 아쉽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