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롯데손해보험이 올해 퇴직연금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새 국제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등을 앞두고 다른 보험사들이 연금 판매를 주저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4일 롯데손보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9조60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보다 31.3%(2조2866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회사는 2019년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 바뀌었지만, 롯데그룹 계열사 임직원 퇴직연금 물량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올해는 퇴직연금 사업을 지난해보다 더 키우겠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 외에 다른 회사를 대상으로 영업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퇴직연금 조직을 그룹으로 격상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내년 새 회계 기준 도입을 앞두고 퇴직연금 영업에 주춤한 다른 보험사와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IFRS17을 적용하면 퇴직연금과 장기 저축성 보험은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K-ICS가 도입되면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경우 신용·금리 리스크에 대한 요구자본을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증권사, 은행과 달리 보험업계는 회계 리스크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기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게 롯데손보 측 판단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등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운용 수익을 올리기가 비교적 수월해진다. 이 같은 시기에 퇴직연금을 늘려 운용 자산 규모를 키우고, 투자 영업 이익도 안정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부터 대체 투자 비중을 줄이는 등 자산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구성)도 진행해 왔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퇴직연금 규모가 늘어나면 자산-부채 듀레이션(잔존 만기) 차이가 줄어들어 신지급여력제도 아래의 또 다른 리스크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지급여력(RBC) 비율에 타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