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나치게 노동계에 편향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10월 총파업에 참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하며 서울 서대문역 인근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나치게 노동계에 편향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10월 총파업에 참여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하며 서울 서대문역 인근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과 동시에 인천공항역을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열차는 최저임금역, 주 52시간제역, 중대재해처벌법역, 노동이사제역 등 친노동 전용 철로를 달렸습니다.”

노동 관련 학회장을 지낸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신호탄으로 임기 내내 노동계에 편향된 정책과 입법을 해왔다는 비판이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정책 균형추를 바로잡고 벌주기식 과잉 입법을 보완하는 게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5년 내내 ‘촛불청구서’ 처리 급급

산업계 흔든 '親노동 5년'…주52시간·중대재해법 보완 시급하다
이른바 촛불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는 노동계의 ‘촛불 청구서’가 끊임없이 들이닥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노동계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았다. 하지만 임기 말인 현재도 인천공항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간 노노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된 곳에서도 그에 걸맞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시급 1만원’ 공약에 매여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도 현 정부 노동정책의 실패작 중 하나다. 취임 첫해 16.4%, 이듬해 10.9%로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후 2년간 각각 2.9%, 1.5%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인상률(5.05%)을 감안하면 현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7.4%)보다 낮다. 집권 초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데 따른 부작용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지난 5년간 10조원 이상의 ‘혈세(일자리안정자금)’를 투입하는 정책 엇박자를 냈다.

주 52시간제는 2018년 2월 말 국회를 통과한 지 4개월 만에 전격 시행됐다. 하지만 이 역시 산업 현장의 준비 부족으로 6개월~1년의 유예기간을 거치며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효과보다는 기업에는 인력난을, 근로자에게는 소득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도 강행됐다.

“중대재해법 모호성 해소 시급”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는 임기 막바지까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31곳에 근로자 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1명을 비상임 노동이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을 형사처벌의 공포로 몰아넣은 중대재해법은 같은 달 27일부터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노동정책의 타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친노동이라는 슬로건과 달리 1차 노동시장의 강성노조를 위한 것이었다”며 “결과적으로 피해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2차 노동시장으로 전가됐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최우선 과제는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법 보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 52시간의 경우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지만 이를 1년 단위 수준으로 늘려야 산업 현장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지난 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개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4.6%에 달했다.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지낸 임무송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서강대 대우교수)은 “중대재해법이 처벌이 아니라 예방 효과를 내려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며 “특히 사업주의 의무사항과 면책 요건을 명확히 해야 경영책임자들이 안전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