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은하수 헤엄치는 고래…동화적 상상 담은 '빛의 정원'
하늘을 가득 수놓은 아름다운 은하수와 오로라를 배경으로 거대한 고래가 공중을 유영하고 있다. 반짝이는 하늘과 바다 옆에 동양화풍으로 그려넣은 소나무와 돌이 독특하면서도 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래와 나무 등 사실적인 질감 표현은 몽환적인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빛의 화가’ 전준엽(69)이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린 신작 ‘별 하나에 추억과’다.

서울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에서 2일 전준엽 초대전 ‘이제 희망의 세계로…’가 개막한다. 고래와 빛을 소재로 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전 작가의 대표작 ‘고래사냥’ 시리즈(사진)도 전시에 나왔다. 하늘을 나는 고래와 만발한 꽃 등 동화 같은 소재들을 산수화의 화법과 조화시킨 연작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는 인간의 의지를 형상화했다.

전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푸른 빛은 한민족의 고유한 미감을 표현하는 소재이자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희망의 상징물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워내는 매화,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강인한 소나무 등도 마찬가지다. 전 작가는 “다양한 색감과 질감, 소재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조화를 이루고 희망을 실현시키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전 작가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37회 열었고, 국내외 미술관의 기획전에도 350회 이상 참여했다. 한국현대미술제 초대작가상, 한국미술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워커힐미술관, 성곡미술관 등 여러 곳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시는 2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