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 본격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양쪽이 한치의 물러섬 없이 정면 충돌할 경우 신냉전으로 확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 BBC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의 러시아 귀속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돈바스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로 구성돼 있다. 약 3분의 1을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해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수립했다. 인구 약 350만 명 중 러시아계는 38% 정도에 불과하지만 주민 70%가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에도 주민투표를 통해 크림반도 흡수를 합리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의 인민공화국들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들을 돕기 위해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우선 LPR과 DPR을 확보한 뒤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전체를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돈바스를 확보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 전체로 세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서방의 집단 제재가 푸틴을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고, 벼랑 끝에 몰려 잃을 것이 없는 러시아가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레닌 소장은 러시아가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무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곡물 티타늄 팔라듐 알루미늄 목재 등 전략적 자원의 서방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다. 이를 통제하면 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국제 경제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와 서방 간 대치 국면이 사이버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나 에너지 기반 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가할 경우 이미 경제적 제재 카드를 소진한 미국과 유럽으로서는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줄곧 외교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