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대 원유 수출국은 中…중국에 원유·가스 수출 확대 추구할듯
中 "일방적 제재 반대"…일각서 "中 손묶는 세컨더리 제재 도입해야"
[우크라 침공] 러시아, 중국서 '숨통' 찾는다…'美 전면제재' 예고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즉시 가혹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러시아가 동맹에 가까운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제재 충격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일부 미국 전문가는 중국이 러시아를 돕지 못하도록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지난 22일 러시아 국책 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인 PSB를 제재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일본 등 동맹 등이 일제히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

서방국은 러시아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미국 달러화 거래, 무역, 에너지 수출 업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광범위한 추가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은 서방의 제재가 유엔 차원 합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 제재'라면서 선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중국은 어떠한 불법적, 일방적인 제재도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4일에도 러시아의 행위를 침략행위 또는 유엔 헌장 위반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문제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경위가 있고, 오늘날의 상황은 각종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며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러 제재가 구체적으로 추진된다 해도 거부권을 쥔 중국이 제재 결의를 가로막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를 끝내 침공한 러시아는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중국과 전방위 경협 확대의 틀을 마련했는데 돌이켜보면 이는 서방 제재에 대한 사전 대비 성격이 강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출신 전문가인 애런 아놀드는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석유와 가스 분야를 포함한 광범위한 경협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타이밍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며 "최소한 단기 측면에서 푸틴은 서방 제재의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분야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관계가 가장 크게 부합하는 영역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러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대규모 장기 계약에 서명하면서 사실상 '에너지 동맹'을 맺었다는 평가다.

미국 등 서방은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길을 틀어막아 경제적 타격을 안기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서방 국가들로 수출되던 물량을 사들이면 제재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10년 전만 해도 러시아의 최대 원유 수출국은 유럽의 네덜란드였지만 현재는 중국으로 대체됐다.

중국은 작년 5억1천여만t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러시아에서 도입한 물량이 많았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를 국제 가격보다 싸게 들여오는 이득을 누릴 수도 있다.

홍콩의 자문사인 트랜스내셔널 차이나 컨설팅의 데이비드 즈윅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러시아가 유럽 시장을 잃으면서 중국은 더 싸게 원유를 살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를 떠나 전반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경협은 최근 수년간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러시아는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면서 유럽 등 서방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 무역을 대폭 확대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작년 무역 규모는 1천468억7천만달러(약 175조원)로 전년보다 35.9% 증가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자 에너지 상품의 주요 수출국이다.

아울러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에서 배제하는 초강력 경제 제재를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13.1%로 세계 주요국의 위안화 자산 보유 비중보다 훨씬 높고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은 16.4%에 그친다.

이는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미국의 제재에 노출돼온 러시아가 달러 비중을 낮추고 위안화 등 다른 통화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프린서플의 아시아 운용 책임자인 하우 청 완은 로이터 통신에 "(서방 제재가 러시아에) 위안화 같은 대체 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등 서방이 현재까지 내놓은 제재가 유엔 안보리 차원이 아닌 개별 국가 차원의 제재인 데다 아직 제재 대상자와 거래한 제삼자까지 추가로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원칙까지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러 제재가 효과적으로 집행되려면 과거 이란 제재 등에서처럼 중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러시아 제재 대상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이 만일 중국을 겨냥해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도입한다면 미·중 간 극한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애런 아놀드는 "미국은 중국 기관에 2차 제재를 가하는 것을 포함해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차단해야 한다"며 "명확한 진실은 미국 달러가 세계 외화보유액의 60%를 차지하는 한편 중국 위안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