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은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을 공격한 데 대해 "무고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고 "국제사회의 계속된 경고와 외교를 통한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우크라이나에서 우려하던 무력 침공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침공을 억제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국내 증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가 2%대 하락세를 보인데 이어 코스닥지수는 3% 넘게 빠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을 놓고 관망세를 유지하던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다. 환율도 1200원을 넘어섰다.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0.73포인트(2.60%) 내린 2648.8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이후 7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2700선을 내줬다. 이날 개인 홀로 1조1121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802억원, 4856억원 순매도 했다.유가증권시장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내렸다. 삼성전자(-2.05%), LG에너지솔루션(-5.77%), SK하이닉스(-4.67%), 삼성전자우(-2.10%), 삼성바이오로직스(-1.17%), NAVER(-2.10%), 카카오(-2.81%) 등이 하락했다.코스닥지수는 3% 넘게 내리며 850선을 내줬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보다 29.12포인트(3.32%) 내린 848.2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인 홀로 1749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45억원, 177억원 순매도 했다.코스닥시장에서 상위 10개 종목도 모두 내렸다. 셀트리온헬스케어(-3.98%), 에코프로비엠(-5.76%), 엘앤에프(-6.05%), 펄어비스(-2.40%), 카카오게임즈(-4.30%), 위메이드(-3.51%), HLB(-3.51%) 등이 하락했다. 증시 더 파랗게 질렸다…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이날 국내 증시가 짓눌린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제로 일어나면서다. 주요 외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긴급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러시아는 (이런 군사작전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간섭이 있을 경우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과 우크라이나 영토 활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치명적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계획적인 전쟁을 선택했다"며 "이 공격에 따른 죽음과 파괴의 책임은 오로지 러시아에 있다"고 규탄했다. 국제유가·방산주 급등…환율도 1200원 넘어전쟁 공포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높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안에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국제 유가도 급등했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3.3% 급등하기도 했다.급락장 속에서 방산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국내외 증시를 뒤흔드는 가운데 방산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이날 대표적 방산주로 꼽히는 빅텍은 전 거래일 보다 1540원(23.84%) 오른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도 휴니드(8.60%), 한일단조(22.68%), 스페코(17.05%), 퍼스텍(9.50%) 등이 올랐다.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8원 오른 1202.4원에 거래를 마쳤다.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가운데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다만 제재 동참 시기를 ‘전면전 감행시’로 못 박으면서도 아직 현 상황을 전면전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외교부는 24일 러시아의 선전포고 직전인 오전 11시20분께 긴급 공지를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도 대러 수출 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경제와 기업에 대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가능한 방법을 검토하고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우방국들과 대응 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대러 제재에 조건부 동참 의사는 밝혔지만 방식과 시점은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대러 제재 동참 조건을 ‘전면전 발발’로 규정하면서도 어떠한 상황을 전면전으로 규정할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면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시시각각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본부에 우리 경제나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과 특히 교민 보호와 관련한 사안들에 대해 시시각각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동안 정부는 대러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주도의 다자(多者) 제재에 대해 “동참하더라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독자 제재 가능성에 대해선 “현실적으론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대변인은 하루만에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는 지적에 “정부 입장은 일관된다”며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그간 미국 등 우방국들과 관련 대응 방안을 긴밀하게 협의해왔다”고 반박했다.현재 우크라이나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 국적자는 공관원을 제외하고 64명으로 파악됐다. 선교사 14명, 유학생 4명, 자영업자 및 영주권자 46명이다. 이들 중 28명은 대사관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남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철수 계획을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해선 보다 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금일 이후 36명이 추가 철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